최순실 인사 개입 논란으로 ‘낙하산 인사 근절’ 구호 빛 바라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KT> |
(서울=포커스뉴스) 순항하던 황창규 회장의 KT호가 최순실 게이트라는 암호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억대의 기부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진데다 최순실씨의 인사 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황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은 “최은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직권을 남용해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추천한 이동수, 신혜성씨를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에 채용하도록 했다”며 “최순실씨가 실 소유하고 있는 더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주도록 강요했다”고 발표했다.
이씨와 신씨는 지난해 2월과 12월 각각 KT에 전무와 상무로 입사했다. 이 과정에서 차 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KT에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들은 입사 후에도 더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지난 3월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고, 8월까지 68억1767만원 상당의 광고 7건을 맡겼다. 그동안 적법한 절차로 이들을 채용했다는 KT의 설명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KT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모두 퇴사했고 현재는 조직을 정비하며 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검찰조사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씨는지난 15일 수사망이 좁혀오자 사표를 냈고, 신 씨는 지난 4월 퇴사했다.
이번 일로 황창규호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황 회장은 KT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 무궁화 위성 불법매각, 이석채 전 회장의 배임행위 등 악재에 시달릴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후 83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조직을 대거 정비했다. 황 회장의 부단한 노력으로 22조원에 달하던 KT의 부채는 2016년 현재 17조4700억원까지 감소됐다. 2013년까지 4065억원 적자에 시달리다가 2014년 1조2929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3분기 만에 지난해 실적규모와 비슷한 1조213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황 회장의 대표적인 브랜드였던 ‘기가(GiGA)’ 사업도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무선서비스인 ‘기가 LTE’와 유선 초고속인터넷 ‘기가인터넷’이 그것이다. 특히 기가인터넷은 유선사업 수익을 이끌며 연말 목표였던 가입자 200만 명을 조기에 달성했다. 때문에 조직 내외부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황 회장 연임설은 최근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위태해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황 회장이 맡은 이후 KT가 눈에 띄게 성장해 연임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외부의 압력에 휘둘렸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책임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회장이 내세웠던 ‘낙하산 인사 근절’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인사청탁하면 처벌하겠다”며 KT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실제로 KT 새노조에서는 황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KT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KT는 강요의 피해자이지만, 부적절한 채용을 감행한 황 회장은 피해자가 아닌 공범”이라며 “황 회장은 인사청탁 근절 이라는 취임 일성을 스스로 어겼을 뿐 아니라 KT를 ‘정권에 줄대기 하는 기업’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만든 장본인이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CEO 연임 여부는 연말 혹은 내년 1월로 예상되는 CEO 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결정된다”면서 “이번 일이 CEO 연임에 영향을 줄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e2@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