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공익제보자 해고는 안되고 감봉은 괜찮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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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3년 만에 복직한 이해관씨 재징계한 KT ‘아전인수’에 검찰은 ‘면죄부’

오마이뉴스|김시연

 지난 2012년 12월 31일 KT에서 해고된 지 3년만에 복직 판결을 받은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가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8일 공익제보자인 이해관 대표를 복직시키라는 국가권익위원회 보호 조치가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 김시연
KT가 3년 만에 복직한 공익제보자를 같은 사유로 다시 징계했지만 검찰이 ‘면죄부’를 줬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담당 이준식 검사)은 지난 14일 참여연대에서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KT 등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KT는 지난 2월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이해관 전 KT 새노조 위원장에게 3년 전 해고 사유였던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를 들어 다시 ‘1개월 감봉’ 처분했다. ‘감봉’은 해고나 정직에는 못 미치지만 직장인 이력에 큰 오점이 남는 중징계다.

이해관씨는 지난 2012년 KT가 제주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를 ‘국제 전화’로 둔갑시켜 고객들에게 부당 요금을 청구했다고 폭로한 공익제보자다. 하지만 KT는 이씨를 출퇴근만 왕복 5시간 걸리는 경기도 가평지사로 부당 전보한 데 이어 그해 12월 해고했다.

이에 국가권익위원회는 KT가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했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KT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와 올해 1월 두 징계 모두 공익제보자 보복 조치라며 권익위 손을 들어줬고, 결국 이씨는 지난 2월 복직했다.

그런데도 KT는 3년 전 징계 사유를 다시 끄집어내 ‘감봉’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법원이 징계 사유는 인정했기 때문에 ‘감봉’ 징계는 괜찮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관련기사:KT, 3년 만에 복직한 이해관씨 징계 다시 추진)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이해관씨 재징계 역시 공익제보자에게는 불이익 조치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법원이 징계 사유에 비춰 해고 처분이 지나치다고 봤기 때문에, 수위가 낮은 감봉 정도는 보복 조치로 볼 수 없다며 KT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과연 KT와 검찰의 해석은 옳은 것일까? 당시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검증했다.

공익제보자 해고는 보복이지만 감봉 정도는 괜찮다?

법원 판결에 대한 KT와 참여연대의 해석은 서로 엇갈린다. KT는 법원이 이해관씨의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가 징계 사유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같은 징계 사유에 비해 해고 처분이 과하기 때문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는 법원이 KT의 징계 처분과 이해관씨의 공익 제보가 서로 인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보복 조치를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해고든 감봉이든 징계 수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 판결이 공익신고와 해임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사실을 이 사건 감봉 처분이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참여연대쪽 주장에 “(법원 판결은) 이해관의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징계 양정에 있어서 해임은 양정권 재량을 벗어난 처분이라는 의미이지 징계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KT쪽 손을 들어줬다.

결국 검찰은 당시 법원이 징계 사유에 비해 해고 처분이 지나쳐 ‘보복 조치’라고 본 것이지, ‘감봉’ 정도 처분은 징계 수위가 낮아 ‘보복’으로는 볼 수 없다고 스스로 유권해석을 한 셈이다.

 KT 공익제보자 이해관씨 재징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위)와 그 근거로 제시한 2015년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아래). 검찰은 당시 법원이 이씨의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법원은 KT 징계 사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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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징계 사유 인정? “병가 신청했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승인 안해 “

검찰이 근거로 든 지난 2015년 5월 14일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을 살펴봤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민사12부는 KT가 권익위를 상대로 제기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권익위는 이해관씨를 공익제보자로 보고, 보복 조치에 해당하는 해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한 게 옳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제23조 제2호)에는 공익신고 이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면 공익신고 때문이라고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이익 조치’에는 해고뿐 아니라 앞서 부당 전보와 같은 인사 조치도 해당된다.

당시 법원은 KT 복무관리지침과 취업규칙을 근거로 “참가인(이해관)이 병가를 승인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결근하고, 마찬가지로 조퇴를 승인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조퇴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바, 이러한 참가인의 행위는 무단결근과 무단조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해임은 징계양정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공익신고자인 참가인에게 가해진 보복성 조치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징계 사유가 인정되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신고와 해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법원은 “원고가 그간 참가인에게 한 일련의 조치를 살펴보면, 원고는 공익신고를 한 참가인을 조직에서 퇴출시키기 위하여 출퇴근을 하는데 왕복 5시간이나 소요되는 원거리로 참가인을 전보시킨 후 참가인이 장거리 출퇴근 등으로 허리 통증이 악화되어 병가를 신청하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불승인하여 무단결근 처리한 다음 이를 빌미로 참가인을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원은 ‘무단 결근’이나 ‘무단 조퇴’ 같은 징계 사유가 만들어진 과정도 회사의 보복성 행위로 본 것이다.

“정직 정도면 징계해도 괜찮다?” KT 법무법인의 ‘아전인수’

KT는 당시 “장기간의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에 대하여 원고가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신고와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법원 판결은 이해관씨의 공익 신고와 KT 징계 조치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했을 뿐, KT에서 주장하는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KT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승인”했다면서, 이해관씨에게 보복하려고 고의로 징계 사유를 만들었다는 권익위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2013년 4월 22일 이해관씨 보호조치 결정문에서 “일반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병가를 고의적으로 불승인하여 무단결근이라는 귀책 사유를 만들고 이를 징계위에 회부하여 해임 조치함으로써 공익신고자를 퇴출하려는 의도에서 해임 조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KT에서 의뢰한 법무법인은 법원에서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면서, 해임보다 징계 수위가 낮은 정직 정도면 공익제보자 불이익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KT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는 이상희(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16일 “법원은 무단 결근과 무단 조퇴가 형식적으로는 징계 사유지만 KT가 공익제보자에게 보복 빌미를 만들려고 고의로 병가와 조퇴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면서 “법원이 이해관씨 공익신고와 징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KT가 징계 수위를 낮추더라도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이해관씨 재징계를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인정하면, KT는 앞으로도 처음에 과하게 징계한 뒤 소송으로 2~3년 끌다가 자신들이 패소해 복직하면 다시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내리는 식으로 공익제보자를 계속 괴롭히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검찰 불기소 처분에 맞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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