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 KT |
지난 2014년 10월 출시된 기가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18일 기준 150만을 돌파했고, 이달 말 16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당초 연내 자신했던 200만 가입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가인터넷 가입자 확대를 바라보는 그룹 내부의 시선은 어수선하다. 월평균 가입자당 매출(ARPU) 상승에 따른 유선 사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반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치적쌓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T “황금알 낳는 기가인터넷“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본사는 물론 그룹사까지 동원해 ‘기가인터넷’ 가입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 지사와 지점에 ‘기가 중심 현장 운영’을 선포하고, 휴일 및 주말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연말 200만 가입자 달성을 위해 우선 이달 말까지 160만 가입자를 채우기 위한 기가 개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KT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가인터넷 가입자는 152만 안팎 수준으로 160만 달성을 향해 순항중이다.
KT는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해마다 감소하는 유선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KT 기가인터넷은 기존 초고속 인터넷보다 속도는 10배 빠르면서, 요금 역시 5000원~1만원 더 높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ARPU 개선 효과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KT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인당 ARPU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 기가인터넷 출시 이후 다시 상승 반전했다. 지난해 초고속 인터넷 ARPU는 1분기 1만7590원, 2분기 1만7412원으로 감소하다 3분기 1만7548원으로 늘었다. 이는 7분기 만에 반등했다.
KT는 이같은 기세를 몰아 유선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가오는 홈 사물인터넷(IoT) 등 5세대(5G) 인프라 구축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포부다.
◆실상은 가입자 늘어도 ‘속빈 강정’
일단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대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매월 10만명씩 꾸준히 가입자가 증가하는 만큼 업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목표달성을 위한 지나친 업무과중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선 현장에서는 지역본부, 협력사 등을 포함해 기가 개통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입자 증대를 위한 회의를 진행해왔다. 매일 할당된 개통건수도 평소 대비 증가시키는 등 업무 강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KT 지사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기가인터넷 200만 돌파 목표를 ‘제2의 황의법칙’이라 부르고 있다”며 “KT 구성원으로서 가입자 증대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솔직히 누구를 위한 영업활동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적이 낮은 본부는 직원들에게 기가인터넷 가입을 강권하는 것도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늘어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KT 기가 인터넷 가입자의 경우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기 보다는, 기존 KT가입자에서 할인 등 프로모션을 통해 기가인터넷 가입자로 전환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 실제 수익성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이다.
KT의 ‘기가인터넷’ 가입 총력전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은 임기만료가 점점 다가오는 황 회장의 향후 거취를 위한 정치적인 노림수로 보는 것이다.
◆내년 1월 임기만료…향후 거취 위한 포석?
KT안팎에서는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의 ‘연임가능성’과 혹은 ‘정치권 행보’를 위한 치적쌓기용이란 말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황 회장은 최근 여당 혁신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바 있어 이같은 정계진출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그동안 창조 경제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국민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지는데 주력해왔다”며 “특히 기가인터넷은 황 회장의 대표적인 KT 경영 비전으로 연임 혹은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황창규 회장의 임기가 3년차로 접어든 만큼 거취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며 “일부는 억측에 불과한 것도 있지만, 기가인터넷 관련 실적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도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황 회장은 올해가 임기 3년차 마지막 해로 재신임 여부를 앞두고 있다. 명예퇴직 단행으로 인한 조직 슬림화, 신사업 진출, 기가인터넷 가입자 유치 등은 일단 대외적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KT 수장의 연임시 결과가 좋지 못했던 점이나 일각에서 황 회장이 정계 진출에 뜻을 두고 있다는 소문은 연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데일리안 = 이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