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과다·잦은 부서변경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극심…돌연사·자살로 이어져
KT 내에서 업무상 스트레스와 피로누적 등으로 인한 직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만 벌써 4명이다.
일각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올인하고 있는 ‘1등 KT’ 달성 압박에 현장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진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4월과 이달에만 심장마비나 심근경색 등으로 돌연사한 직원만 3명인데다 지난해 12월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직원도 있었다.
지난 12일 밤에도 일을 마치고 회식자리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한 직원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KT전북고객본부 익산지사 군산 CS컨설팅팀에서 근무하던 조모(40)씨는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각과 충돌해 사망했다.
조씨의 사고 원인은 음주상태에서의 운전이 아닌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알려졌다.
유가족 관계자는 “밤 9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이 많았고 업무와 관련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회식을 해도 술도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이날 회식과 관련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관계자는 “동료들에게 회식에 대해 물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체 무엇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지, 누가 입을 닫으라고 지시한 건지 의문이 드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유가족의 진정 요청으로 사건 당일 회식강요가 있었는지, 회식에 참석한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이동통신업계 2위 기업인 KT 내에서 업무 상 스트레스와 피로누적 등으로 인한 직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조씨가 속해 있던 CS컨설팅팀은 지난 2009년을 1기로 2012년까지 기수당 300명씩 총 4개 기수 1200여명으로 고졸 출신이 많은 부서다. 이들의 업무는 초고속인터넷 개통 및 AS, 상품영업 판매 등이다.
CS컨설팅팀에 속한 KT직원은 “CS컨설팅팀의 업무는 상품영업과 개통 AS를 하는 것인데 노동 강도가 강한데 비해 보수는 적은 부서다”면서 “특히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이 노사합의를 통해 개통 AS분야 업무를 축소‧운영한다고 밝히면서 고용불안에 대한 스트레스도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업무를 축소했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라며 “성과급으로 먹고 사는 CS직군의 경우 상품영업 및 판매에 대한 상급자의 압박이 대단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KT CS컨설팅팀 소속 한 직원이 블라인드앱에 올린 ‘다들 아시는 고졸출신들 뽑아놓은 CS컨설팅입니다’로 시작된 글에는 “몸은 하나인데 개통 하루에 몇 개나 해야 이해해줄까요”라며 “개통 AS는 끝없이 밀려있고 하나하고 다음 고객에 가기도 바쁜데 언제 영업하고 있을까요”라고 업무과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이어 “가족 얼굴도 못 보고 사는데, 우린 언제쯤 사람대우를 받으며 살까요”라며 “점점 사람이 아닌 로봇 같은 인생을 사는 거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KT본사 관계자는 “KT보다 업무를 더 많이 하는 곳도 많다”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많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11일에는 KT수도권서부본부 구로지사에서 근무하던 이모(55)씨가 아침에 출근 후 사무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동료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8일 후인 19일 결국 사망했다.
또 4월 16일에는 광주유선운용센터의 직원 최모(36)씨가 심장마비로 숨졌고, 지난 8일에는 KT CR부문 CR기획실 정책협력팀 소속 임모(48)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KT 강북본부 의정부지사 동두천지점 CM(선로유지보수)팀 소속 직원 백모씨가 업무 습득의 어려움과 잦은 부서이동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아파트 17층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당시 백씨의 동료인 한 KT직원은 “선로팀으로 옮기고 나서 업무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부분이 고인에게 정신적 압박이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고인의 수첩에 업무지시사항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kmg@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