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또 스스로 망신살을 뻗쳤다.
이사회는 지난 2월 9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 3명을 확정하면서, 4개 선임 분야 중 회계 분야만 “순차 임기제 전환”을 명분으로 공석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사회는 재무 전문가로 분류된 이승훈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직을 맡으면 무리가 없다는 식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 결정이 감사위원회에 회계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상법상 요건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법률적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자, 이사회는 불과 수주 만에 서진석 전 EY한영 대표를 회계 분야 사외이사로 추가 추천하는 황급한 뒷수습에 나섰다.
기본적인 상법 요건조차 사전에 검토하지 못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이 행태는 KT 이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미 이사회는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해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빚은 조승아 이사를 무려 1년 6개월 동안 사외이사 자격으로 유지시키다가 뒤늦게 소급퇴임 처리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내외부에서 “이 정도면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같은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KT 이사회는 반성도, 학습도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혼란의 와중에도 이사회가 윤종수 사외이사를 또다시 재선임 후보로 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사회는 임기 만료 사외이사 4명 전원을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그대로 연임시키는 초유의 ‘셀프 연임’ 행태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 반성이 전혀 없이, 올해도 같은 인물을 같은 방식으로 재선임하려 하고 있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추위가 자신들의 연임을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낸 이권 카르텔의 전형이다.
이사회 안에서 벌어진 사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승훈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요직 인사 청탁과 투자 알선 의혹을 받고 있고, 김성철 사외이사는 자신이 재직 중인 고려대학교에 대한 과도한 투자 집행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빚고 있다. 이처럼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이사회 전반에 걸쳐 반복되고 있지만, 이사회는 뚜렷한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자중지란 속에서 정치권 낙하산을 꽂고, 해킹 은폐를 방조하고, 2조 4,000억 원 규모의 불투명한 MS 투자를 강행한 김영섭 대표이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유유히 임기를 마치고 있다. 해킹 은폐의 책임자는 처벌은커녕 승진했다. 감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제 살 챙기기에 바쁜 사이, 회사와 주주가 입은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은 최근 KT의 쪼개기 후원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황창규·구현모 전 대표이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도 침묵하고 있다.
이제 이사회 스스로의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추위가 자신들의 연임과 동료 선임을 결정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진정한 변화는 없다.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나서야 할 때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윤종수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고, 문제 사외이사의 전면 교체와 이사회 지배구조 혁신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김영섭 대표이사의 경영 실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전직 경영진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KT 이사회의 셀프 연임과 이권 카르텔, 그리고 이를 방치한 경영 실패의 고리를 끊는 것, 그것이 지금 KT에 필요한 유일한 개혁이다.
2026년 3월 9일
KT새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