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정윤모 KT노조위원장, 2011년 선거시 예비후보자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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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모 KT노조위원장, 2011년 선거시 예비후보자 매수”
           

정윤모 KT 노조위원장(한국노총 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2011년 11대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예비후보였던 조일환씨(57)가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는 대가로 조씨에게 사택 및 차량을 제공한 정황이 나왔다. 조씨는 또 2009년 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 시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점도 폭로했다.

KT의 전·현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KT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 등은 1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12월 정윤모 위원장과 조씨 간 합의서를 공개했다. 합의서에는 정 위원장은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 취하 대가로 조씨에게 ‘KT그룹사 노조 집행위원회 의장직 3년간 보장’ ‘거주할 사택(30평 이상) 제공’ ‘출퇴근 차량 제공’ 등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씨는 양심선언문에서 “임단협에서 노조가 제 기능과 역할을 상실한 원인은 2011년 당시 소를 취하해 위원장 선거가 이뤄지게 한 저에게 있다”며 “위원장을 잘못 만나게 한 조합원에게 무한한 책임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씨는 현재 한국노총 IT연맹 대외협력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1년 12월 진행된 KT 노조위원장 선거는 두 차례에 걸쳐 선거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등 파행 속에 치러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전달 28일 “KT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자 등록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며 조씨가 낸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씨는 후보로 나오려다 기간이 촉박해 조합원 추천서명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등록을 못하게 되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는 다시 12월8일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장현일 후보 등 2명은 이에 반발해 후보등록을 거부했고, 조씨는 다시 법원에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신청 역시 받아들여졌지만 조씨는 선거 하루 전인 7일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이에 선거는 8일 진행됐고 단독 입후보한 정윤모 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이 당선됐다.

KT노동인권센터는 “정윤모 위원장은 대리인 최장복 조직실장을 통해 ‘밀약’ 합의문을 써준 후, 전화 통화를 통해 ‘내가 책임질 테니까 그리 해 주십시오’라고 직접 확인해주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노조위원장 당선 이후 합의서를 실제로 이행했다. 조씨가 현재 살고 있는 부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아파트의 전세계약서, 등기부등본을 보면 KT 노조는 2012년 1월(전세금 2억6000만원), 2014년 1월(3억5000만원), 지난해 12월(4억4000만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조씨는 또 2012년 1월 노조가 리스한 중형차 SM5를 지원받기도 했다. KT노동인권센터는 “노조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정 위원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씨는 최근 KT 노조, 황창규 회장에게 보낸 문건에서 2009년 이뤄진 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 시 개표 부정이 있다는 점도 폭로했다. 그는 “2009년 7월17일 당시 수도권 서부본부 인천법인사업단 6층 노조 지부실에서 총 조합원 113명 중 찬성 78표, 반대 32표, 무효 3표가 나왔으나 사측 인원 1명(퇴직)과 같이 오후 6시 투표 종료 전 미리(오후 3시36분쯤) 투표함을 개봉해 반대 2표와 무효 1표만 남기고 찬성 32표로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해 밀봉했다”고 밝혔다. KT노동인권센터는 “그동안 투개표 부정에 관한 수많은 증언이 있었는데 이번에 당사자의 양심선언으로 그 실상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원세훈 국정원장의 2011년 발언 녹취록으로 국정원의 민주노총 탈퇴공작이 확인된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2011년 2월18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서를 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라고 말했다. 실제 2009년 KT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 시행 이후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경향신문은 정 위원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KT 사측은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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