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시험대 오른 황창규 회장 리더십…확실한 인적 쇄신이 첫걸음

지난 1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황창규 KT 신임 회장이 주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은 3사가 모두 같은 단말기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통신사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 규제나 대리점 관리,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경쟁 등 신경 써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해 반도체 제품력만 높이면 됐던 삼성전자 시절과는 매우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유선 사업 인력 구조조정은 황 회장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로 꼽힌다. 외부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KT 유선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2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20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 유선 부문 구조조정 대상이 전체 인력(3만2000명)의 57%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KT가 과거 KTF와 합병한 후만큼의 구조조정(전체 인력의 16% 축소)만 단행해도 연간 4600억원의 인건비가 절감되고 영업이익이 34% 증가할 것으로 계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관건이다. 황창규 회장 리더십에 가장 복잡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 “유선 인력 2000명이 적당”
노조·서비스·B2C 삼성과 다른 3가지
헐값에 팔아넘긴 무궁화 3호 위성을 되사오는 임무도 황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 불이익을 운운하며 ‘위성 매각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위성을 매입한 ABS가 웃돈을 요구하고 있어 재매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 KT 관계자는 “위성을 못 사 오면 못 사 온 대로 문제고, 사 와도 너무 비싼 값에 사 오면 조롱거리가 될 게 뻔하다. 장부상으론 10억원 정도에 사 오고 대신 다른 이권을 제공하는 식의 ‘이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그간 ‘갑’의 역할만 했던 삼성과는 굉장히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KT 내부 일각에선 황 회장의 개혁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KT 사정에 정통한 A관계자는 “기존 낙하산 인물들은 MB 정권 인사이므로 현 정권에선 어느 CEO가 왔어도 내보냈을 것이다. 당사자들도 자리 보전할 욕심도 없었을 것”이라며 “황창규 회장 취임 전 KT 내 여러 임원들이 황 회장에게 줄을 대려 한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황 회장은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 각 파벌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거나 해체하도록 종용하는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