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부진자 명단 작성”…‘KT 살생부’ 사실로 | |
“성향 분류·노조활동·명퇴거부 등 1002명 관리” 첫 인정 무리한 업무로 퇴직 압박…고용노동부, 법 위반 여부 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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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구조조정 탓에 자살이나 돌연사 등으로 해마다 10여명씩의 노동자들이 숨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케이티(KT)가 “본사 차원에서 업무부진자 명단을 작성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시된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케이티 쪽이 2005년께 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만들었다고 인정했다”며 “근로기준법 등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그동안 케이티는 “본사에서 부진인력 선정 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케이티가 만든 부진인력 명단을 보면, 해당자 1002명의 개인정보와 함께 케이티 노조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주동지회’ 소속 여부와 노조 간부 경력뿐만 아니라 노조 선거에서 ‘민주동지회’ 후보 참관인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지 등 과거 노조활동까지 꼼꼼히 적혀 있다. 또 2001년 114 업무 분사와 2003~2004년 대규모 명예퇴직 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버텼던 직원들도 따로 표시를 해두고 있다.
케이티에서 부진인력 명단은 ‘살생부’로 통하고 있다. 케이티 충주지사 음성지점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반기룡씨가 최근 공개한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 문건을 보면, 업무부진자로 선정된 직원의 경우 단독 업무를 주고 업무 이행 정도에 따라 계속 압박을 주는 방식으로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업무를 지시한다는 점이다. 114 교환원이었던 육아무개(57·여)씨는 충주, 제천, 괴산을 돌며 영업을 하다가 2006년엔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다. 육씨는 “난생처음 전봇대에 올랐는데, 다리에 쥐가 나 허벅지를 옷핀으로 찌르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케이티에 근무할 때 직원 퇴출 작업을 했던 반기룡씨는 “한번 퇴출 대상자로 찍히면 평생 빠져나갈 수 없고, 특히 민주동지회 등 ‘핵심관리대상’의 경우 사생활을 조사하고 회식이나 교육에도 참석시키지 않는 등 다른 직원들과 격리시켜 소외감을 느끼도록 했다”며 “퇴출 실적이 나쁘면 관리자들이 불이익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랐다”고 증언했다. 실제 부진인력 명단에 있는 1002명 가운데 600여명이 이미 퇴직한 상태다. 조태욱 케이티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케이티는 순이익이 한 해 1조원이 넘는 흑자기업이어서 법률상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 보니, 비밀리에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케이티의 퇴출 프로그램은 부당해고일 뿐만 아니라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케이티 관계자는 “부진인력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명단을 작성한 것”이라며 “퇴출 프로그램이 시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