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T CJ헬로비전 인수 시 ‘망 임대수익’ 급감 우려
연간 최소 500억 추산…KT망 사용 알뜰폰 가입자 80만 명 이탈 공산 커
KT(회장 황창규)가 SK텔레콤(대표 장동현)의 CJ헬로비전(대표 김진석) 인수·합병(M&A)에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연간 5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망 임대수익 손실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이동통신업계와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CJ헬로비전 내 자사 망 이용자를 SK텔레콤에 빼앗겨 연간 수백억 원의 망 임대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85만 명 중 80만여 명이 KT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는 자체 서비스망이 없어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쓰고 이통사에 도매망가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LTE요금제의 경우 기본료가 4만2000원 이하이면 이익의 40%를, 7만5000원을 넘으면 이익의 50%를 이통사에 준다. 3G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 38조에 의거, RM(Retail-Minus) 방식으로 소매 요금에서 마케팅·유통비용 등을 뺀 뒤 도매 대가를 산정한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주는 도매망가는 음성통화의 경우 35.37원, 데이터는 MB당 6.62원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 내 KT망 이용자가 SK텔레콤 망으로 이동할 경우 KT의 연간 망 임대수익은 최소 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당매출(ARPU)이 작년 9월 말 기준 2만1142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데다 망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LTE 가입자 비중이 33%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밝히자마자 KT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KT는 당시 SK텔레콤의 M&A가 성사될 경우 CJ헬로비전 내 KT망 이용 가입자를 SK텔레콤이 관리하는 현상이 발생, KT 망 이용 고객의 편익이 뒷전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까지 SK그룹의 영향력 하에 둬 통신의 시장 지배력을 알뜰폰 시장으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통사가 알뜰폰업체로부터 받는 망 임대수익은 그저먹는 수입과 같다. 이통사로서는 알뜰폰 사업자에 망을 빌려주든 않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항상 망을 유지·보수해야 한다. 또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유치에는 이통사 자체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통사의 망 임대수익은 폐지된 가입비만큼이나 ‘순도’ 높은 매출인 셈이다.
KT 관계자는 “정확한 망 임대수익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CJ헬로비전 내 우리 회사 망을 이용하는 고객이 이탈할 경우 매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