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회사들이 ‘단말기 유통법’ 시행으로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정액요금제를 손질하면서 ‘팽’ 당할 처지에 놓인 ‘요금할인’을 향해 이런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단말기 지원금’과 ‘분리 요금제(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약정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집토끼’(기존 가입자)를 붙잡아둘 수 있게 되면서 요금할인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금할인 제도는 언뜻 소비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용도에 동원됐다. 이통사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요금을 실제로 인하했다.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기본료·통화료·가입비·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요금 등을 낮췄던 것이다. 그러다 2007년쯤인가, 느닷없이 요금인하 대신 ‘요금할인’을 들고 나왔다. ‘일정기간(일반적으로 24개월) 동안 해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를 함께 쓰겠다고 하면’, ‘가족 여럿을 묶으면’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요금인하 효과’를 강조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 수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산토끼’(신규 가입자)를 잡는 것보다 기존 가입자를 잡아두는 마케팅이 더 중요해진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복 할인 금지’ 조항을 만들어 가입자별 요금할인 기회를 딱 한번으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약정할인으로 24개월 발목이 잡힌 가입자는 다른 요금할인 대상에서 제외해 수익 감소를 최소화했다.
통신은 장치산업이라 투자비가 서비스 초기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요금도 처음에는 높게 책정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려가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요금할인 및 요금인하 효과라는 말로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본료와 통화료 등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SKT)의 2세대(CDMA)망과 3세대(WCDMA)망, 케이티(KT)의 3세대망 등은 이론상 원가가 ‘0’ 상태가 됐지만, 요금은 200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통사들이 ‘약정할인’과 ‘결합상품할인’ 등을 통해 가입자들의 요금인하 요구에 물타기를 해온 셈이다. 알뜰폰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것도 이 탓이 크다. 이통사들은 이에 대해 “기존 2·3세대 통신망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와 실제로는 통신망 원가가 0이 아니고, 2·3세대 요금을 낮추지 않는 대신 엘티이(LTE) 요금을 같은 수준으로 정하지 않았느냐”고 강변한다. 하지만 통신망 기술 발전으로 새 통신망 구축비가 기존 통신망 투자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