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상무 승진 30% 여성 ‘파격 인사’
롯데·SK 등도 중용 잇따라
한국 여성임원 비율 1.5% 불과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17일 KT는 17명의 상무 승진 인사를 발표하면서 여성을 5명이나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KT의 상무 이상 여성임원은 8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서 11.3%로 늘었다. 여성임원 승진자는 성숙경 그룹윤리경영실 IPR담당, 최은희 월곡지사장, 전경혜 분당지사장, 송희경 소프트웨어개발센터장, 윤혜정 인터넷마케팅담당이다.
KT는 지난해 12월에도 조직개편을 하면서 신설한 커뮤니케이션실과 신사업본부, 글로벌&엔터프라이즈(G&E) 운영총괄 담당 임원으로 김은혜 전무, 오세현 전무, 임수경 전무를 발탁하는 등 여성 임원을 중용한 적 있다.
KT가 이번 상무 승진인사에서 여성 비중을 30%로 늘린 건 박근혜 당선인의 ’10만 여성인재 양성’ 공약에 맞춰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인수위원회에 2017년까지 정부위원회 등 위촉직과 공기업 임원 여성의 비율을 40%와 30%선으로 각각 끌어올리는 방안을 보고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앞서 여야 의원 62명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확대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당선자의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는 여성 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채용 목표제 도입, 여성 교수·교장 채용 쿼터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여성부의 방안은 이를 구체화해 5년 안에 정부 위원회의 여성 비율은 40%, 여성 공기업 임원은 30% 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에서도 여성 임원 임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여성인재 양성’을 강조해 온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백화점에 3개뿐인 영플라자 점장을 모두 여성으로 임명하고, 해외패션팀의 김지은 팀장을 해외패션부문장으로 임명, 창사 이래 최초로 상품본부의 여성 부문장이 탄생했다.
SK그룹도 올해 인사에서 배선경 전 W서울워커힐호텔 부총지배인(상무)을 이 호텔의 운영총괄사장(전무)에 임명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강선희 지속경영본부장 겸 이사회 사무국장이 부사장급으로 승진했는데, SK그룹에서 여성이 부사장급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대폭 늘어난 투자ㆍ고용 계획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신 여성 임원 임명 등을 고려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바로 굳건한 유리천장이 깨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관리자 비율은 5.38%, 여성임원 비율은 1.48%에 불과한 상태다. 태국(10.4%) 중국(7.2%) 인도(4.8%) 브라질(4.6%)보다 낮다.
특히 ‘여성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내정한 첫 장관 인선에서조차 17개 부처 중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와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내정자 등 겨우 2명에 그쳤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여성 임원 30% 할당제’가 과연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