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입자 뺏긴 KT, ‘부진 계속될까?’
▲ KT 본사 |
이동통신 3사의 경쟁사 가입자 뺏기 싸움인 이동전화 번호이동 경쟁에서 KT가 6만6,927명, SK텔레콤이 2만8,246명의 기존 가입자를 잃었다. 반면 지난 1월까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실적에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던 LG유플러스는 9만5,173명의 가입자를 뺏어왔다.
KT가 번호이동 시장에서 6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잃은 원인으로는 페어 프라이스 제도와 2G 서비스 종료 정책이 꼽힌다.
페어 프라이스는 보조금을 투명화해 대리점별 휴대폰 판매가를 동일하게 가져가는 정책이다. 구매자가 가격을 비교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전체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KT는 2G 서비스 9월말 종료를 목표로 가입자를 줄이고 있다. 이 중 일부가 KT의 3G 서비스가 아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에 비해 2배 이상의 가입자를 뺏긴 KT의 굴욕에 이석채 회장의 ‘부진한 2011년 성과’가 문제되고 있다. 2010년 아이폰 국내 도입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이석채 회장이 올해 LTE 서비스 상용화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KT를 이끌어 온 이석채 회장은 ‘혁신경영’을 강조하며 취임하자마자 KT와 KTF의 합병을 단행했다. 이어 국내에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다.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는 무선데이터 사용량 폭증으로 이어졌으며, 무선데이터 매출 또한 증가했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사용자들이 더욱 빠른 무선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한 주파수 쟁탈전을 치러야 했다.
지난 달 17일 KT와 SK텔레콤 간 사활을 건 1.8㎓ 주파수 경매에서 이석채 회장은 “미래의 대세인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주파수 경매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이 옮은 것인지 고심했고, 그만 두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과감히 입찰포기를 선언했다.
주파수 경매에서 1.8㎓ 주파수를 추가로 낙찰 받아 LTE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었던 KT가, 이를 SK텔레콤에게 넘겨주면서 KT는 조급해졌다. LTE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1.8㎓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 주파수를 LTE 서비스로 전환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30만여 명의 2G 사용자가 KT의 발목을 붙잡았다. ‘2G 가입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2G 서비스 종료 승인이 보류되자, KT는 자사의 2G 사용자들을 밀어내기 급급해 이미지 관리에는 신경 쓰지 못한 것.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지연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KT의 LTE 서비스 시작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G 서비스 종료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이미지를 쇄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4G(LTE)에서는 이통 3사가 동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휴대폰 기종에 제한 없이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업계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KT가 지금과 같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KT는 11월 LTE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내에 LTE 서비스가 시작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비교해 2개월의 공백이 생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미 LTE 서비스로 자리 잡을 때 겨우 LTE 서비스를 시작하는 KT의 경우, 어영부영하다 IT제품의 성수기인 ‘홀리데이 시즌’을 놓치고 만다. 이렇게 되면 올해 LTE 서비스를 통한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KT 관계자는 “2G 서비스 종료가 KT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석채 회장님은 2G 서비스 종료는 더욱 진화된 데이터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지 피해가 아니라며 서비스 종료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1월 LTE 서비스 시작을 위한 준비가 대부분 이뤄진 상태다. 2G 서비스 종료에 대한 다른 방안 또한 마련해 두고 있으므로 11월까지는 차질 없이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