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KT의 정관개정안에 대해 단독 보도했다. 극비라며 작업한 개정안이 공식발표 전에 보도된 경위도 의아스럽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CEO 자격 요건 중 ICT 전문성을 삭제하는 것과 CEO선임을 주총 특별결의로 처리한다는 것인데, 이 모두 국민통신기업 KT의 근간이 흔들릴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먼저 현 정관의 대표이사 자격에서 ICT 전문성을 빼면 KT는 낙하산 천국이 될 것임을 KT인이라면 누구나 우려한다. 지금껏 KT 망가진 것은 내부 이권카르텔 과 동시에 비통신 낙하산들이 와서 통신의 기본을 무시하고 비통신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인공위성 불법매각, 아현국사화재 같이 통신 경쟁력을 근본에서 갉아 먹은 점이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통신문외한에게 국민 통신기업의 CEO 자리를 개방하고 결과적으로 낙하산 천국으로 KT를 전락시킬 우려가 있는 ICT 전문성 삭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CEO 선임을 특별결의로 한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 현대차 등 대주주에게 사실상 CEO 선임 거부권을 주는 셈인데, 이럴 경우 지금껏 KT의 기업지배구조의 유일한 장점인 분산된 소유구조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 눈치보기가 심해져 관치 경영의 부활 우려도 크다. 게다가 차기 주총에서의 CEO선임 과정에서 이권카르텔의 저항으로 특별 결의가 무산되어 신임 CEO 선임에 또 실패할 경우 박종욱 대행체제가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KT가 처한 위기 상황은 정관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진의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였음을 수도 없이 강조해 왔다. 그런데 KT 이사회는 뽑으라는 CEO는 뽑지 않고, 대행체제를 세우더니 결국은 정관에도 없는TF를 만들어 난데 없이 낙하산 CEO 등장에 편리하게 또 이권카르텔 참호 구축에 용이하게 정관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데일리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동시에 이 보도대로 정관개정이 추진된다면 이는 커다란 파란을 일어날 것임을 깊이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