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직원들이 가진 우리사주 의결권을 위임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KT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우리사주의 의결권을 회사가 지정한 대리인에게 위임해서 주요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자투표를 한 직원이 있으면 철회하고 찬성으로 다시 투표하라고 회사에서 지시한다는 고발도 있다.
KT가 이번처럼 조직적으로 위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전례없는 이상 행동이다. 이는 경영진이 준비한 안건 처리에 대한 반발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번 주주총회 안건 중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사 선임에 대한 건이다. 특히 박종욱 등 부적격 이사 선임은 KT 사내외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횡령 사건으로 이미 약식명령에서 벌금형을 받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서 유죄 확정을 미루고 있는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것은 주주, 종업원 누구의 입장에서 봐도 터무니 없는 처사 아닌가.
또한, KT와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한 법무법인 출신, KT와 각종업무협약을 맺었던 기업인 출신 등 KT와 이해관계 논란이 제기되는 사외이사 선임 역시 노동시민사회에서도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KT가 내부 직원들의 주식을 동원해서라도 찬성률을 높이려는 치졸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해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결정되는 해인 만큼, 이번 의결권 위임 강요 사건은 구 대표가 이사회에 측근을 기용해서 자리를 보전하려는 전략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주주총회를 통해 진솔하게 지난 1년의 기업 활동의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할 때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에 대해 KT새노조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더구나, 이번 주총은 미SEC 과징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전국적 규모의 인터넷 불통 사건에 대한 경영 진단 등이 필요한 KT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주총이다. 이런 중요한 주총이 부적격 이사 선임으로 주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데 대해, 구현모 사장은 전임 CEO들의 좋지 않은 말로가 연임을 의식해서 무리한 측근 기용에 집착한 데서 비롯됐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