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 노동자 3000명 조사
피해율 21.4%…비정규직·소득 낮을수록 높아
피해율 21.4%…비정규직·소득 낮을수록 높아
한국 노동자의 21.4%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이에 따른 인건비 손해가 연 4조7800억원에 달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직장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입법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은 15개 산업 분야 노동자 200명씩, 모두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15개 산업 분야의 직장 괴롭힘 실태’ 연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5개 행위유형 가운데 1가지 이상을 6개월간 주 1회 반복해 겪은 노동자(조작적 피해자)는 전체의 21.4%에 달했다. 25개 행위유형에는 △업무상 차별 △전보·퇴직 강요 △성희롱·언어폭력 △음주·흡연 강요 △야근·주말 출근 강요 △따돌림 △부당 징계 등이 포함됐다. 반면, 노동자 스스로가 “6개월간 월 1회 이상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한 사람(주관적 피해자)은 4.3%에 나타났다. 주관적 피해율이 조작적 피해율보다 낮게 나타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됐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피해율은 다르게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조작적 피해는 21.3%로 나타났는데, 비정규직은 28.1%로 더 높게 나왔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중하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피해율은 25.5%지만, 상류층은 15.1%에 그쳤다. 가해율은 상류층이 16.2%, 중하위층이 3.6%로 상류층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산업별로 조작적 피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숙박·음식업으로 노동자의 27.5%가 괴롭힘을 겪었고,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6%),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25%)이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피해를 보고도, 개인적 차원에서 대응하거나 체념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를 겪은 이들 가운데 35.7%가 “가해자에게 직접 맞대응한다”고 응답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에 대해 얘기한다”가 27.3%, “혼자 참거나 체념했다”가 2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4조7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연루된 피해자·가해자·목격자들의 노동시간 손실이 연루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괴롭힘으로 인한 손실시간에 시급을 곱해 산출됐다. 연간 1인당 손실액은 피해자 62만4000원, 가해자는 33만3000원, 목격자 22만9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 연구를 맡은 서유정 부연구위원은 “상류층의 괴롭힘 행위 가해율이 높다는 점은 조직문화가 권력을 가진 집단의 가해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고 대응 역시 조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법령을 정비하고, 직장 괴롭힘의 피해자 및 목격자들이 안심하고 피해 사실을 호소할 수 있는 기구·조직을 실효성 높게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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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67590.html#csidx5944af6ffe6b25ca47843a2454af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