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3년]③ 이석채 연임가능성과 KT가 넘어야 할 산
이석채 KT 회장의 3년 임기가 끝나간다. 내년 주총전까지가 이 회장의 임기다. KT의 주총이 2월이나 3월에 개최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임기는 3개월 쯤 남은 셈이다. 이제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이 회장은 2009년 KT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 중 상당수는 KT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과 정치권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 회사 발전을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했다.
KT 그룹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KT와 KTF의 합병 작업은 이 회장의 카리스마와 정치적인 네트워크가 아니었으면 달성하기 힘들었다.
경쟁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반대가 격렬했고 이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와 KTF가 합병하면 KT가 가진 유선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무선통신시장으로 전이돼 KT가 통신시장을 장악,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회장이 이뤄낸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KT는 지난 2009년 11월 데이터 요금 88% 인하, 아이폰 국내 최초 도입 등을 통해 한국에 스마트폰 돌풍을 몰고 왔다. 우리나라 통신의 모습을 변화시킨 것이다.
또 전국 8만4000 곳에 와이파이(WiFi)존을 구축했다. 서울ㆍ인천ㆍ부산 지하철 전 노선에도 와이파이를 구축해 빠른 통신환경을 제공했다. 3세대(3G) 통신에도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 기술을 적용해 통화품질 및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선통신과 교육용 로봇 분야의 혁신도 주목받고 있다. KT는 위성방송과 IPTV의 장점을 결합한 ‘올레TV 스카이라이프(OTS)’를 출시해 3년만에 300만 가입자 돌파했다.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로봇인 ‘키봇’을 출시, 5개월여 만에 1만대를 판매해 로봇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KT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13년까지 2007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20% 절감을 해 나간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친환경에너지 대체, 통신 및 IT 인프라 개선, 친환경 근무여건 조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이 회장의 성과물이다. KT는 2009년 6월부터 최저가 입찰 폐해를 방지하는 등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힘써 왔다.
또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3불(不)정책’을 시행했다. KT는 400여 업체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 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에 특허도 양도하고 있다.
KT는 이밖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동반성장을 위해 윤리경영·고객경영·환경경영·상생경영, 사회공헌이라는 5대 과제중심으로 ‘사회가치’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사업은 과거 KT CEO들은 시도조차 못 했던 일들이다. 강력한 정부의 규제정책과 노조의 강성노선 등으로 과거의 KT CEO들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이에 비해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남들이 못했던 일들을 서슴없이 실행에 옮겼다.
이석채 회장이 대기업 오너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CEO로 평가받는 것은 이처럼 과감한 추진력 때문이다.
하지만 칭찬의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 적잖은 문제를 보여줬다. 합병과 구조조정 과정에 불만이 쌓인 직원들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사업에서도 비모바일 부문 융합과 금융ㆍ부동산 등 이종사업의 시너지, 경쟁사보다 뒤늦은 4세대 LTE 서비스 개시 등 넘어야 할산이 적지 않다. 여전히 가입자 현황에서는 SK텔레콤과의 격차가 크다. 유선 분야 매출은 줄어드는 근본적인 상황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룩한 성과는 외형적인 것이었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KT 임직원들의 대다수는 이 회장의 연임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功)이 과(過)보다 크기 때문이다.
특히 KT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CEO가 필요한데 이 회장이 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KT 임직원들의 대다수는 오히려 다른 CEO가 새로 취임할 경우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만 KT의 경영을 책임지는 1년짜리 CEO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정권 교체에 따라 CEO가 바뀌는 모습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KT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CEO가 교체됐다. 당연히 이전 CEO가 펼치던 경영방침은 새로운 CEO의 취임과 함께 폐기됐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경영전략의 일관성이 필요한데 CEO의 교체에 따라 전략이 바뀐 것이 KT의 역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석채 회장이 유임돼 경영전략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석채 회장 취임 후에 임원으로 승진한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이 회장 취임 이후 여러가지 작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연임에 걸림돌이 될만한 큰 잘못은 아닌 것 같다”며 “차기 정권이 들어서 CEO가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 회장이 기존 수립한 경영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대다수 임직원들의 바람대로 연임에 성공한다면 반드시 근절해야만 하는 사안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는 일이다. 낙하산 인사는 성실한 대다수 KT 임직원들을 좌절시킨다.
KT는 아직 CEO 추천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이석채 회장이 재임을 가정해 역할을 제시하는 것은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본인도 연임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KT 임직원들 사이에도 이 회장의 연임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반대의 목소리보다 크다.
이 회장은 이제 연임 이후 KT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곰곰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