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트 빨랐던 케이뱅크 유상증자 난기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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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빨랐던 케이뱅크 유상증자 난기류…왜

email권소현7시간 전
 
 
카뱅은 발빠르게 자본확충 하는데
대주주 KT는 은산분리 규정 탓만
증자규모 축소 제안하며 안일 대응
의사결정 복잡해 사업추진 발목
우리은행 출신 직원들 복귀 타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대출이 몰리니 카카오뱅크는 발 빠르게 5000억원 자본확충에 나섰는데 케이뱅크는 대출을 중단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주사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뒤늦게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일일이 비교당하면서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는 KT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성공한다고 해도 추가 증자는 불투명한 상태다. 

◇케이뱅크 주주사, 유상증자 주금납입 고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주금납입이 오는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일부 주주사들은 증자 참여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이 4% 미만인 주주들의 경우 개별 자금조달 여력 등으로 고민이 깊고, 지분 10%를 들고 있는 주요 주주사의 경우 KT의 케이뱅크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선 상황이다. 

케이뱅크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KT의 지분율은 8%로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 KG이니시스, 다날 등의 10%보다 낮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정에 걸려 KT의 지분율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꾸준히 요청해온 이유다. 

문제는 KT가 은산분리 완화의 틀에 갇혀 케이뱅크의 발목을 되레 잡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주주사들 사이에서 증자 규모는 당초 2500억원 정도로 논의됐지만, KT가 10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로 증자하면 정치권에 은산분리를 주장해왔던 명분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대출이 몰리면서 7월부터 신용대출을 중단했고, 아직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KT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컨소시엄을 만들 때만 해도 주주들에게 은산분리 완화에 성공해 추가 출자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은행법 개정이 안 됐으면 KT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기업 가치보다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케이뱅크 지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대출이 몰려들자 출범 한 달여 만에 5000억원 증자를 결정했고, 이미 주금납입까지 끝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절반 이상인 56.67%를 보유하고 있고, 주주구성도 9개사로 단순해 의사결정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증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에 일부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KT의 지분율이 8%라 10%까지는 늘릴 수가 있기 때문에 증자가 불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가 증자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1000억원 규모의 증자는 주요 주주사들이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연말이나 연초에 추가 증자에 바로 들어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업 추진할때마다 KT가 시시콜콜 의사결정…직원들 사기저하

유상증자 뿐만이 아니다. 사업을 추진할 때 시시콜콜 KT에 보고해야 하는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오랜 기간 과점체제로 통신사업을 해왔던 ‘공룡 기업’인 만큼 의사결정을 여러단계 거치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는 문화에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 캐릭터를 넣은 체크카드로 인기를 끌자 케이뱅크도 네이버 프렌즈의 캐릭터를 넣은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결국 ‘미투’ 전략을 뒤늦게 구사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사실 네이버와의 제휴는 오래전부터 논의됐고 다만 의사결정 과정이 늦어지면서 실제 상품을 선보이는 시점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원도 안 하면서 간섭하는 주주와 간섭하지 않으면서 클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주는 주주가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주사인 우리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이직한 행원들도 벌써부터 우리은행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작년 1월 공모를 통해 케이뱅크로 이직할 직원을 모집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은행’이라는 모토에 끌린 행원들이 대거 응모해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총 22명이 케이뱅크 준비법인으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과장급 이하에게는 3년 후에 우리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백옵션’을 부여했다. 이 옵션 행사를 원하는 직원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주주사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하고 싶다는 젊은 행원들 사이에서 케이뱅크로의 이직 열기가 높았다”며 “꽤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인력들이 옮겨갔지만 내부 의사결정 구조나 조직문화에 실망한 이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팀장은 “케이뱅크로선 빠른 시일 내 자본규모가 (카카오뱅크의)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4000억원 이상 추가 증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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