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말기 완전자급제, SKT는 ‘대환영’ KT·LGU+는 ‘시큰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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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SKT는 ‘대환영’ KT·LGU+는 ‘시큰둥’ 왜?

 
 
등록 2017-09-05 16:37
수정 2017-09-06 10:58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T ‘1석3조 효과’…후발업체 따돌리기·비용절감·부당 내부거래 시비 차단
“통신비 인하 위한 이통시장 구조 혁신 방안”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부탁도
KT·LGU+ “매출 수조원 감소, 1위 사업자로 시장 쏠림 심화” 걱정돼 속앓이 

 
그래픽_김승미
 

“하면 좋지 않겠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주장에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반기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부탁까지 하는 등 완전자급제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4일에도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다. 단말기 구매는 전자제품 양판점 등에서 하고, 이통사 유통점서는 서비스 가입만 한다. 지금은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구매 모두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이뤄진다. 완전자급제가 단말기 출고가를 끌어내릴 것이란 분석도 많다. 이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에 포함시켜 추진중이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도 조기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그런데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 등 후발 사업자들은 완전자급제 도입 문제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도 완전자급제의 통신비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반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을까봐 겉으로는 싫은 내색조차 못하고 있다.우선 매출이 대폭 준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만 단말기 판매액을 매출로 잡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케이티의 단말기 매출은 2조2729억원, 엘지유플러스는 2조4235억원에 이른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바뀐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서비스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에스케이텔레콤에 밀리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이동통신 3사 영업을 다 하는 판매점 직원들의 우스개 소리에 “고객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에스케이텔레콤은 바로 알아듣고, 케이티에 가입시키려면 5분, 엘지유플러스는 10분 정도 설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는 후발 사업자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곧 반기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더욱이 에스케이텔레콤은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일감·사업기회 몰아주기’ 시비꺼리를 없애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총수 일가와 최고경영자 쪽에서 보면 이게 다른 효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국회의원들에게 건넨 자료 가운데 완전자급제 도입 부분.

에스케이텔레콤은 단말기 유통을 계열사인 에스케이네트웍스에 맡기고 있다. 네트웍스는 단말기 유통 사업으로 올 상반기에만 2조2788억원의 매출을 올려 28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게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재벌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감시와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단말기 유통을 계열사에 맡긴 게 꺼림칙할 수도 있다.그렇다고 네트웍스에 맡긴 단말기 유통을 섣불리 회수할 수도 없다. 네트웍스는 에스케이(옛 선경)그룹의 모태 기업이고, 현재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최신원 회장은 고 최종건 창업자의 아들이다. 최신원 회장은 평소 “우리 아버지가 만든 회사”라고 말할 정도로 네트웍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단말기 유통 회수는 그룹 모태기업의 ‘밑돌’을 빼는 것이다.최종건 창업자가 일찍 사망한 뒤 에스케이그룹 경영권은 창업자의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을 거쳐 최태원 회장에게로 승계됐다. 최종현 회장 사망 뒤 누가 경영권을 승계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고 최윤원 회장(창업자의 장남)이 나서서 최태원 회장한테 넘기는 것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등 창업자 아들들도 각각 일부 계열사들을 맡아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에스케이텔레콤·이노베이션·씨앤씨 등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력 계열사들은 네트웍스·텔레시스 등 창업자 아들이 경영하는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많이 한다. 사업을 주고받기도 하고, 납품을 받아주기도 한다. 텔레콤이 텔레시스의 통신장비를 사주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 텔레시스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텔레콤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부당 내부거래’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이런 속사정 탓에 내부에선 텔레콤이 단말기 유통을 회수하면,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무자 쪽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내부적으로는 완전자급제 도입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부탁까지 하면서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는 것도 최신원 회장과 네트웍스 쪽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법을 따르는 것이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텔레콤 쪽에서는 완전자급제를 통해 후발 사업자들을 따돌리면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일감·사업기회 몰아주기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잠재적인 골칫거리까지 해결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는 법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곧 발의할 예정이다. 의원실은 “초안을 마련해 이해 당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이통사 임원은 “단말기 중개사업자 지정 관련 부분이 주목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를 통해 네트웍스에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통 3사로 하여금 단말기 중개사업자를 두게 한다면, 네트웍스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걱정 없이 단말기 유통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economy/it/809753.html?_fr=gg#cb#csidx55c4538ff4b70538a8977bf86c707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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