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단독)미래 없는 KT ‘퓨처스타’..”입사자 절반이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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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래 없는 KT ‘퓨처스타’..”입사자 절반이 퇴사”

최병호 입력 2017.09.06. 06:05 수정 2017.09.06. 10:0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미래 ICT 인재를 꿈꾸며 KT 문을 두드렸던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 KT가 청년고용을 장려한다며 ‘퓨처스타’라는 이름의 채용제도를 도입한 가운데, 절반 이상은 회사를 그만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퓨처스타라는 이름과 달리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다.

퓨처스타는 KT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청년교육 및 취업지원 연계 프로그램이다. 만 17세부터 34세까지 청년 구직자들 중 서류와 면접, 인·적성 검사 등을 거쳐 퓨처스타로 선발되면 2개월의 교육을 끝으로 KT서비스와 KT M&S, KTis, KTcs, KT텔레캅, 케이뱅크 등 KT 계열사의 ICT 인력으로 채용된다. 첫해 1기 60명 수료를 시작으로, 기수마다 100명 내외로 선발해왔다. 지난달 23일부터는 9기 서류접수를 받고 있다.

5일 기자가 만난 복수의 퓨처스타 출신 청년들 주장에 따르면, KT의 퓨처스타 제도는 정부와 여론 등 대외 이미지를 의식한 생색내기 청년고용에 가깝다.

사진/뉴스토마토

퓨처스타의 시작은 간판 바꿔달기였다. KT는 2016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사업과 연계, 퓨처스타를 도입했다. 기존 고졸자 이상 수시채용을 이름만 바꿨다. 고용디딤돌은 기업이 교육·취업 프로그램을 만들면 정부가 훈련수당과 취업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청년고용 활성화가 목표다. 정부는 1인당 훈련수당 월 20만원, 취업지원금은 1회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당시 KT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청년실업 해소에 앞장선다”고 말해다. 박근혜정부의 상징이었던 ‘창조경제’를 의식, 미래 ICT 인재 양성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퓨처스타로 입사해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퓨처스타로 선발돼 입사한 절반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 KT의 간판과 퓨처스타라는 새로운 채용제도에 반해 미래 ICT 전문인력의 포부를 품고 입사했지만 실제로는 영업과 매장관리, 정보통신 개통, 사후관리(A/S), 네트워크 컨설팅, 유·무선 고객상담 등에 배치되며 젊은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했다. 박봉과 영업실적 압박 등 열악한 근무여건도 이들이 KT 옷을 벗은 이유로 작용했다.

퓨처스타 출신 한 청년은 “주위에서는 KT 본사 정규직이 된 줄 아는데 실제로는 그룹사 기술 인력”이라며 “급여도 회사에서는 월 300만원까지 보장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수당을 포함해도 월 2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KT 관계자는 “회사는 퓨처스타들에게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면 연봉도 높아지고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경력 10년차도 월 300만원을 벌기 힘들고 여전히 현장에서 굴러야 한다”며 “허위·과장선전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KT서비스 급여표를 보면 신입 기사들의 월 급여는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 150~200만원 선이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퓨처스타는 정부 예산으로 기업만 생색낸 꼴”이라며 “입·퇴사가 반복되면서 안에서는 기존 인력들의 불만이 계속되지만, 밖에서는 KT가 청년취업의 모범사례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퓨처스타로 선발돼 현장으로 배치된 청년들은 빠르면 한 달, 늦어도 반년 이내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다. 퓨처스타 출신의 한 직원은 “기수마다 절반 넘게 그만둔다”며 “어떤 때는 열에 두셋만 남고 다 떠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퓨처스타 입사자는 끊이질 않고 있다. 취업 문턱을 넘기 어려운 현실에서 KT의 퓨처스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KT가 기존 인력들이 퇴사해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퓨처스타로 뽑히는 신규 인력이 많아서”라며 “어차피 지원인력이 많으니 회사야 손해 볼 일은 없지만, 젊은이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KT 측은 제기된 주장들을 반박했다. “퓨처스타는 자체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채용을 진행한 것이며, 고용디딤돌이 시작된 시기와 맞아떨어져 협업으로 진행됐을 뿐”이라며 “창조경제와도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이어 “퇴사자 현황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고, 설사 있더라도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유독 퓨처스타에서 퇴사자가 많은 게 아니고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일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는 건데 KT만의 문제는 아니다”는 부연도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당초 고용디딤돌 사업 시작의 배경을 감안하면 KT 사례는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디딤돌 자체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 구현 차원에서 사실상 민간기업들에 할당한 것”이라며 “기업이 정부 눈치에 수동적으로 시작했으니 뒷일은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는 KT를 비롯해 삼성과 현대차, SK,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CJ, 효성, 한국전력과 발전4개사 등 18개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이 참여했다. 현재 고용디딤돌 취업자의 입·퇴사율, 그간 정부의 지원금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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