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뉴스줌인] KT ‘황BN’을 아십니까…사내방송과 ‘자율’학습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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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줌인] KT ‘황BN’을 아십니까…사내방송과 ‘자율’학습의 공통점

 

 
기사입력2017.08.10 오후 6:07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경기도의회는 지난 9일 야간자율학습 방지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율’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일어나는 학습선택권 침해와 학습 강요를 막겠다는 취지다. 자율학습을 자율적인 의지로 빠졌는데도 다음날이면 으레 경을 쳐야 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한데, 적어도 경기도 고등학생들에게는 세상이 변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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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T 광화문 사옥 1층 스케치)

같은 맥락에서, KT 광화문 본사 직원들의 출근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이면 직원들의 출근 시간이 앞당겨졌다. 8시 10분이 넘어가면 엘레베이터 앞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원칙은 9시 출근이지만,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후 사내방송을 강화하면서 생긴 일이다. KT는 기존 주 2일 오전 8시 40분에 방영하던 사내방송을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주 3일로 늘리고 방영 시간도 오전 8시 20분으로 앞당겼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CEO로 재직할 당시에도 경영방침과 사내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사내방송을 활용한 바 있다. 올해 KT 회장 연임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 사내방송을 통해서였다. 다만 내부적으로 시청률 조사를 통해 사내방송 시청 인원 수를 체크하고, 일부 부서에서는 방송 시청 후 소감문 제출까지 의무화하면서 잡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아침 사내방송에 대해 현재 공식적으로는 시청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KT의 입장이다. 방송의 내용도 경영성과 홍보에만 치우지지는 않고, 한 편당 평균 시청 건수도 1만건에 달할 만큼 직원들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2016년말 사업보고서 기준 KT 직원은 2만3,575명이다.

문제는 사내방송 시청과 조기출근을 의무로 받아들이고 이를 강권하는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이다. 출근시간 변화 뿐 아니라 본사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임원이 직원에게 아침방송 시청과 관련해 구두 주의를 한다면 직원들이 여전히 정시 출근을 할 수 있을까? 방송 시청을 ‘자체적으로’ ‘독려’하는 수석 팀장에게 시청은 자율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는 사원이 있을까?

KT는 일부 부서, 일부 리더의 성향의 문제라고 설명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리더의 성향은 곧 조직문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류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일부 직원들은 사내방송인 KBN을 황창규 회장의 이름을 따 ‘황BN‘이라는 자조적인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올해 노조 대의원 선거에서는 ‘KBN 시청으로 인한 조기출근 근절’이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였으니 직원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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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방송을 강화하는 취지와 효과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전형적인 공기업 문화가 남아있던 주식회사 KT에 성과주의를 도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고 미래 비전인 5G 등 신사업에 대해서도 성장 발판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때로 성과와 부작용을 함께 수반하는 정책이 있다. 성과를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것만큼 부작용을 줄일 책임 역시 경영진에게 있다. 조직 내 리더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도 그에 포함될 것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회장이 바뀌어온 KT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하는 등 새정부의 코드를 적극적으로 맞추고 있다. 일부라고는 하나 사실상의 조기출근과 다름없는 사내방송 시청문화는 그 취지와 별개로 근무시간 단축과 같은 정부정책과 맞지 않는다.

최고경영자의 경영방침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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