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통신 3사가 지배하는 이통시장…경쟁 제한이 통신비 논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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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가 지배하는 이통시장…경쟁 제한이 통신비 논란 키웠다

최초입력 2017.06.13 09:40:53
 
15년 넘게 3사 체제 굳어져…정부 규제도 한 몫

“경쟁 활성화로 요금 인하 해법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통신비 인하 논의가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통신비 논란은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된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경쟁을 활성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 비경쟁 시장서 굳어진 통신 3사 체제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대략 5대 3대 2의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이동전화 회선 기준 가입자 점유율(알뜰폰 제외)은 SK텔레콤이 43.2%, KT가 25.7%, LG유플러스가 19.6%이다.

통신 시장을 장악한 3사 구도는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국가 주도로 시작해 민영화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1984년 한국전기통신공사(KT의 전신)의 자회사로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SK텔레콤의 전신)를 설립했고, 1994년 공개 입찰을 거쳐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민영화했다.

이어 정부의 추가 사업자 선정으로 1997년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는 SK텔레콤·신세기통신·KTF·한솔PCS·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5개까지 늘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KT가 한솔PCS를,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후 3사 체제로 굳어졌다.

이동통신 시장은 초기 망 설치 비용이 많이 든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자연 독점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제4이동통신이 7번 추진됐지만,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를 찾지 못해 모두 무산됐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의 영향력도 크다. 현재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 요금을 인상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2012년부터 알뜰폰을 활성화하면서 경쟁 확대에 나섰지만 통신시장은 여전히 비경쟁적 시장으로 평가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6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발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SK텔레콤이 여전히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시장 독과점이 통신비 인하 발목” vs “정부 규제가 경쟁 제한”

시민단체는 독과점 체제가 통신비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3사가 비슷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고 고객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사의 LTE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대별로 큰 차이가 없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지난달 “통신 3사가 데이터 요금제를 담합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통신시장의 전반적인 구조를 들여다보는 외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독과점 산업 중 규제 등으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제한된 분야로 이동통신을 언급했다.

국정기획위 역시 통신시장에서 자발적 요금 경쟁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지난 10일 미래부 업무보고에서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로 인해 자발적 요금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통신 3사는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통해 보조금 경쟁을 제한하고, 요금인가제로 자유로운 요금 책정을 가로막는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없다면 3사 간 경쟁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가격 결정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 “경쟁 확대로 통신비 해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통신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시장 구조 개선과 경쟁 확대를 꼽는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처럼 경쟁 체제로 갔다면 지금의 통신비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알뜰폰과 제4 이동통신 등 경쟁자를 키워 자율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장 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단기간에 할 수 없는 만큼 정부도 길게 보고 임기 중에 통신비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역시 “어떤 사업 영역이든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국가가 비용을 통제하면 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경쟁 확대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시장 구조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현재는 요금인가제 등 정부 규제가 요금 수준을 제한해 통신사 간 요금 담합을 조장하는 상황”이라며 “지원금 상한제 등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알뜰폰을 육성해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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