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 [폭풍전야 KT‧포스코]③ 황창규 실적 방패, 교체론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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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KT‧포스코]③ 황창규 실적 방패, 교체론 막을까

경영 정상화에도 朴정권 인사 변수…결과 예단 쉽지 않아

 
지난 3월 24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3월 24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황창규 KT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 회장이 실적을 무기로 일단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는 포스코와 함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돼왔다. 연임에 성공했는지, 임기가 남아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 알아서 자리를 비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정기관을 통한 이른바 ‘찍어내기’가 단행됐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다르다. 과거의 코드 인사를 비판해 온 만큼,  셈법이 복잡하다. 황 회장이 자리를 지키던, 그렇지 못하던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최근까지 이어진 황 회장의 행보에서는 끝까지 임기를 마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황창규 회장은 KT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코퍼레이트 데이를 개최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해당 행사를 개최한 그는 지난 자신의 임기 동안 변화에 대해 “이익 정상화를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 이에 따른 주주 환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 정착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며 “지난 3년간 든든히 다진 기반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성장전략으로 5G 시대, 4차 산업혁명을 주도 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주장의 명분은 실적이다. KT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3% 늘어난 4170억 원을 기록했다. 4000억 원대 분기 영업이익은 5년 만의 기록이다.

 

취임 후 탁월한 경영성적을 거두고 있는 황 회장이지만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교체론이 불거지고 데 대해서는 KT 내부에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KT가 이미 민영화된 민간 기업인 만큼, 실적과 상관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수장이 갈리는 악순환은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에서도 KT의 미래를 위해 오직 경영능력 만을 놓고 외압 없이 수장을 뽑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황 회장에게로 겨눠진 교체론의 창끝을 호실적의 방패가 막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치권 및 시민사회계에선 황 회장이 자리에 오르게 된 것 자체가 ‘찍어내기’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자리를 지키려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KT가 호실적을 거둔 것은 단순히 회장 때문이라기 보단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효과가 크다”며 “전 정권에 임명된 황창규 회장은 국정농단 세력과 관련해 연루된 전력도 있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새 정부가 무자비한 찍어내기를 단행하진 않겠지만, 코드가 다른 황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이통 업계에 십 수 년 간 몸담아온 한 인사는 “KT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및 사장 인사로 시끄러운 것은 계열사가 많아 그만큼 챙겨줄 만한 자리가 많기 때문”이라며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정부도 별 수 없겠지만 그런 불편한 상태로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과 KT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예상 밖의 방식이 동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10대 그룹 재계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 정권이 과거 인사에 대해 정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아무도 지적이나 반론을 제기 못하는 상황”이라며 “황창규 회장 실적이 좋아도 전 정권과의 단절이라는 프레임이 적용되면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황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과거 정부에서의 행적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주주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 정권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 주주총회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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