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KT스카이라이프=비정규직 라이프?’…불법파견·위장도급 논란

KT스카이라이프=비정규직 라이프?’…불법파견·위장도급 논란

기사승인 2017.05.11  13:50:39

 
   
▲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KT스카이라이프 본사 앞에서 시위중인 염동선 위원장(좌)과 김선호 사무국장(우)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KT스카이라이프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는 이를 피하기 위해 6~12개월 단위로 계약기간을 반복 갱신하는 등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노동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KT스카이라이프는 이러한 부당한 계약을 지적한 노동자의 부서를 폐쇄조치하고,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곳에 발령을 낸 뒤 ‘책상빼기’까지 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정규직 꿈 심어줘 놓고 3년간 4차례 쪼개기 계약

KT스카이라이프에서 근무하고 있는 KTis 도급직원이자 KT스카이라이프 노조위원장인 염동선(37)씨는 2014년 5월, 지인으로부터 KT스카이라이프의 무선사업팀 경력직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염씨는 대학을 중퇴한 이후 KTM&S, KT일반대리점, KTIS 등의 통신사 업무를 했고 줄곧 KT 계열사 혹은 관련사에서 KT유무선 관련 업무를 했다. 염씨는 “20대부터 통신 관련 영업 업무를 꾸준히 하던 중 지인의 제안을 받고 KT그룹의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입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염씨에 따르면 입사 당시 KT스카이라이프 소속인 박모 팀장, 박모 과장은 면접 과정에서 “계약직이지만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말했으며, KT스카이라이프 측에서 연봉을 책정했다. 이에 염씨는 KT스카이라이프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향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염씨의 근로계약은 지연됐고, 업무 시작 2달이 지나서야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인 KTis와 도급계약을 맺을 것을 제안 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 소속 팀장과 면접까지 봤지만 실제 계약은 자회사와 맺으라는 것이다. 염씨는 이미 두 달치 일을 한 상황에서 “월급은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사측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염씨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느낌을 받았지만 KT스카이라이프 박 팀장은 “꼭 2년 이상 다녀서 정규직 되라, 정규직이 되면 중퇴한 대학도 회사지원으로 졸업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 염동선 위원장의 근로계약서. 계약 주체가 매번 변경됐다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노조>

그러나 계약관계는 계속 변경됐다. 2014년 7월 처음 계약을 한 KTis에서 2015년 1월 KT스카이라이프 계약직으로 재입사했으며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는 프리랜서로 일했다. 같은 해 5월 다시 KTis와 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다 지난 4월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3년간 4차례에 걸쳐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계약 관계는 변경됐지만 염씨는 KT스카이라이프 소속으로 적힌 명함을 받았고, KT스카이라이프 건물에서 근무했으며, KT스카이라이프 직원들과 함께 일했다.

현행법상 원청업체에서 도급업체 직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박 팀장은 원청 직원의 업무를 대신 하도록 지시하면서 “너만한 놈이 없기 때문에 너한테 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염씨는 KT스카이라이프 측이 계약기간 동안 “정규직 TO가 생길 것”이라며 실적을 낼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 KTis 인사 담당자가 위장도급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녹취록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노조>

KT스카이라이프와 KTis는 이러한 업무지시가 문제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염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KTis의 인사담당자는 KT스카이라이프에서 자사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며 “원청직원과 도급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에 응하지 마라”고 말했다.

염씨가 일한 무선사업팀의 직원은 총 9명이었다. 이들 중 2명은 정규직, 7명은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은 모두 염씨처럼 ‘쪼개기 계약’을 맺었다.

염씨는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일을 못하게 될지 몰라 계약 변경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증거 넘치는데…노동청 각하 처분

결국 참다못한 염씨는 자신과 같은 팀에서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KT스카이라이프 노조 사무국장 김선호(31)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20일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KT스카이라이프를 불법파견 및 위장도급으로 진정을 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근로기준법 제2조를 근거로 두 노동자와 스카이라이프 간의 ‘묵시적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직업안정법에 따라 허가된 업체에서 근로자를 공급해야 하는데 허가 없이 근로자를 공급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KT스카이라이프가 쪼개기 계약을 통한 불법파견·위장도급을 했다”고 덧붙였다.

   
▲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의 판결 통지문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노조>

그러나 노동청은 지난 2월 15일 “근로기준법 제2조는 정의 규정으로서 벌칙 규정이 없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고 “직업안정법은 근로감독관의 사법경찰권 행사가 아니”라며 내사종결(각하)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담당 검사의 내사지휘에 따라 사람을 종결했다”고 통지했다.

이번 진정 사건을 담당한 박사영 노무사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박 노무사는 “(직업안정법 위반이) 노동청의 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면피하려고 본인들의 일을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청이 의지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노조에서 공개한 무선사업팀 해체 후 정리된 염동선 위원장의 책상(위)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노조> / KT스카이라이프에서 반박자료로 공개한 사진(아래)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

“사측 압박으로 가정 무너진 상황”

진정사건이 진행되고 있던 1월 말, 두 사람이 일하던 무선사업팀은 성과저조를 이유로 해체됐다. 그러나 염씨는 “무선사업팀의 경우 같은 시기에 무선사업을 시작한 다른 계열사보다 실적이 뛰어났다. 계열사들 중 단연 1등이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후 김씨는 해당 자리에 KTis무선센터가 들어선 뒤 대체인력이 없어 자리를 보전 할 수 있었지만 염씨는 업무 연관성이 없는 별관 대리점으로 발령받았다. 그런데 그의 근무 자리는 소방통로에 마련돼 보복성 ‘책상빼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두 사람은 4월 30일 계약만료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됐지만 사측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매일 출근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정당한 노동쟁의 행위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상황에서 사측의 해고로 가정이 무너진 상황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측 “계약엔 전혀 문제없어”

한편 KT스카이라이프 측은 계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법파견·위장도급은 노동청에서 혐의 없다고 결론내린 사항”이라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원청(KT스카이라이프) 직원들이 직접 업무지시한 적 없다. 도급직원 교육을 진행한 것인데 노조가 업무지시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책상빼기에 대해서도 “무선사업팀의 실적이 좋지 않아 해체한 것”이라며 “당사자와 협의해서 발령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서 제시한 ‘책상빼기’ 사진에 대해 “9층에 있던 도급직원들의 사무실 사진인데 노조 측이 이를 조작해 부당한 주장을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KTis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다”며 “두 사람이 KT스카이라이프의 직원 대우가 좋아 KTis가 아닌 KT스카이라이프의 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정규직이 되겠다는 비정규직 직원의 꿈을 부수고 기회조차 박탈한 ‘나쁜 기업’일까. 아니면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을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번 사태는 KT는 모두 하나라는 뜻의 ‘싱글KT’라고 한 KT그룹 황창규 회장의 외침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김태규 기자 ssagaz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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