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이통사 ‘최초’ 경쟁? 문제는 ‘요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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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S] 이통사 ‘최초’ 경쟁? 문제는 ‘요금’이라니까

 

박흥순 기자 | 2017.05.08 05:58

최근 미국에서는 3위 통신사 T모바일의 인기가 매섭다. T모바일은 지난 1분기 91만4000명의 신규고객을 유치하면서 6억9800만달러(약 78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T모바일이 라이벌 버라이즌과 AT&T의 무제한 데이터 플랜요금 공세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저렴한 요금이 꼽힌다. 버라이즌의 무제한 요금제는 월 85달러(약 9만6000원) 수준이지만 T모바일은 70달러(약 8만원)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태양광 자회사를 설립하고 도쿄전력과 제휴를 맺어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친소비자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처럼 전세계 통신사들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혜택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이통3사는 의미없는 ‘국내 최초’를 과시하며 소모적인 경쟁만 펼치는 분위기다.

KT 본사. /사진=뉴시스 DB
 
 

◆때아닌 C-DRX 최초 논란

올 초까지만해도 이통3사 사이에는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협력을 아끼지 말자는 기류가 흘렀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2017에서 이통3사 수장들은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우리 부스에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방문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이통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전투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부회장 역시 “국내는 물론 해외 통신사들과도 협력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지원금을 통한 소모적인 경쟁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S8·S8 플러스(이하 갤럭시S8 시리즈) 출시를 전후해 화해 분위기가 사라지고 가입자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통3사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한 경쟁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가입자 유치에 ‘올인’했다. 특히 이통사들은 갤럭시S8 시리즈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통신망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SK T타워. /사진=머니투데이 DB

첫 포문은 KT가 열었다. 지난달 12일 KT는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고객의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렸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배터리 소모 절감기술’(C-DRX)을 국내 최초로 전국망에 도입했다는 것.

KT는 C-DRX를 두고 “차량에 적용되는 ISG(Idle Stop & Go)와 비슷한 원리”라며 “스마트폰이 주고받는 데이터가 없을 때 네트워크 접속을 최소화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KT는 이어 “갤럭시S8의 경우 최대 45%의 배터리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LTE에 적용한 것은 KT가 최초”라고 덧붙였다.

이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C-DRX는 KT가 개발한 신기술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C-DRX는 지난 2011년 표준이 마련된 기술”이라며 “통화품질이 저하될 가능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C-DRX를 전국망에 적용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KT는 “우리는 지난 2년간 C-DRX 상에서 통화품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했다”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통화품질 저하를 감수하고 기술을 망에 도입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가입자 유치에 체력 소진… 기술 개발은 언제?

지난달 20일에는 SK텔레콤발 폭탄이 터졌다. 이날 SK텔레콤은 ‘갤럭시S8 시리즈의 빠른 통신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4.5G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사진제공=LG유플러스

SK텔레콤은 “갤럭시S8 시리즈는 LTE 최고속도인 500Mbps를 뛰어넘는 700Mbps를 구현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5밴드CA는 5개의 주파수대역을 하나로 묶어 갤럭시S8 시리즈에서 최고의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지국과 단말기 간 전송안테나를 4개까지 확대하는 4×4미모(MIMO) 및 데이터 전송량을 늘려 주는 256쾀(QAM) 기술을 적용해 1.2Gbps의 속도를 제공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엔 KT와 LG유플러스가 반발했다. 두 회사는 “4.5G라는 용어도 처음 듣는 것이지만 4×4미모는 범용 기술로 누구나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이 5개의 주파수 대역을 보유했고 대역폭도 가장 넓지만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아 나머지 회사들과 속도 차이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광대역 1개 협대역 3개의 주파수 대역을, LG유플러스는 광대역 2개 협대역 1개의 주파수 대역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이통3사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자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사들이 제각각 5G 기술 표준화를 위해 국가는 물론 업체들간 협업하는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경쟁은 건전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달리지 말고 세계 최초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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