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선후보에 보내는 비정규직의 손편지 “너무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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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에 보내는 비정규직의 손편지 “너무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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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08 오후 5:35
최종수정 2017.05.08 오후 6:25
[한겨레] KT스카이라이프서 쫓겨난 김선호씨

문재인·심상정 후보에 편지 전달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어 편지 써

억울하고 박탈감…나라에 서운하다”

“도저히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케이티(kt) 스카이라이프 무선사업팀에서 일했던 비정규 노동자 김선호(31)씨가 대선 후보자에게 손편지를 전달했다. 김씨는 동료 염동선(37)씨와 함께 지난 3년간 4차례 ‘쪼개기 계약’이라는 편법에 시달리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30일 일터에서 쫓겨났다.관련기사‘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 전환 봉쇄한 KT계열사

김씨는 “정규직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문재인(더불어민주당)·심상정(정의당) 후보를 찾아 손편지를 전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문재인 후보의 프리허그 유세현장을 방문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데 이바지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뽑되, 출산·휴직·결원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사용을 ‘입구’부터 규제하는 강력한 정책이다.

손편지를 보면, 김씨는 3년 전인 2014년 5월 “열심히 노력하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케이티 스카이라이프 팀장의 말을 믿고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업무 시작 두 달이 지났을 때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케이티스(kt is)와의 도급계약서를 받았다. 케이티스는 케이티의 자회사였다. 케이티스와 도급계약을 맺지 않으면 2개월간 일한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8개월 뒤 스카이라이프 계약직(1년)이 됐지만 프리랜서(4개월)로 바뀌었고 다시 도급계약(1년)으로 돌아왔다. 신분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의 일(거래처 관리)과 일터(상암동 스카이라이프 건물 9층)는 변함이 없었다.

김씨는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며 누구 못지않게 성실히 근무하였지만(…) 회사의 강제적인 계약변경에 따르지 않으면 회사에서 내몰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를 저지른 회사는 자그마한 회사가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라며 “대기업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노동자를 부속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억울함과 박탈감이 쌓여 김씨는 “회사는 물론 이 나라에마저 서운한 감정이 커져만 간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지난 3월에 노조를 설립하고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대표 등을 임금체불과 위장도급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또 대선이 끝나면 청와대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할 계획이다.

한편 케이티 스카이라이프 쪽은 “경영상의 이유로 김씨 등의 신분이 단순 변화했을 뿐 위장도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김선호씨가 쓴 손편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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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님께

문재인 후보님. 저는 만 3년간 KT스카이라이프에서 근무하다 올해 근로자의 날 4월30일자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근로자의 날 이후부터 더 이상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는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지만 벌써부터 피부에 와 닿습니다.

제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 회사에 정규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비록 시작은 계약직이지만 처음 면접에서 사 측의 팀장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경력직으로 입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인지 입사 후 2달이 지난 시점에 저에게 계약직 서류가 아닌 도급계약서를 갖고 왔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노동자이기에 선택의 여지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하게 되었고 그 뒤로 저는 소속만 도급에서 계약직, 계약직에서 무소속, 그리고 다시 도급, 이렇게 총 4번이나 변경되며 사 측으로부터 소위 쪼개기 계약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형태를 저지른 회사는 자그마한 회사가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KT그룹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입니다.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며 누구 못지않게 성실히 근무하였지만 사 측의 말에 속고 차별을 받았기에 얼마 전 저희는 부당함을 회사와 노동부에 말하였습니다. 대화하길 바라였고 동등한 권리를 요구했지만 제 목소리는 누구도 들어주질 않았고 저와 같은 뜻으로 문제를 제기한 동료는 심지어 강제적인 보직변경에 근무장소도 변경되어 볕도 들어오지 않는 소방통로에서까지 일정 기간 근무했습니다.

이런 대기업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노동자를 부속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 측의 강제적인 계약변경에 따르지 않으면 회사에서 내몰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러한 현실이 너무 억울합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건 문재인 후보님께서 젊은 시절 힘없는 노동자를 위하여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하시고, 지난 촛불집회 때도 적폐청산을 가장 먼저 말씀해 오신 분 중 한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와 제 동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몸 바쳐 일해왔지만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 자체를 이런 꼼수로 차단하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행동인지 묻고 싶습니다. 게다가 스카이라이프 현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남기 대표입니다. 노동자를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이 취급하는 회사가 적폐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오래된 적폐 중 비정규직 문제도 요새 가장 먼저 입에 오르내리는 주제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박탈감만 느끼며 걸어온 저와 제 동료는 회사는 물론 이 나라에마저 서운한 감정이 커져만 갑니다.

각종 언론매체에 제보도 해보고 국회의원분들께 도움도 요청했습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분들은 얘기만 듣고 답이 없으셨지만 운 좋게도 저희와 한목소리를 내주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사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단정 짓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를 법적으로 고소까지 하려 합니다. 아무 힘도 없는 약자를 더 탄압하려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저희가 정규직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도저히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사 측은 경영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지만 사 측의 사업결과와 노동자를 한데 묶어 토사구팽하는 이런 행위를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편지가 후보님께 닿는다면 그동안 말로만 국민을 위했던 정치인과 다르게 진심으로 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억울한 사연을 들여다봐 주시고 해결해 주시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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