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5G 세계대전’ 협력 않고… 이통3社 ‘국내 최초’ 우물안 싸움

 

김성규기자 |2017-04-24 03:00:00

KT ‘C-DRX’-SKT ‘4.5G’ 등 “선도 기술” “신기술 아냐” 갑론을박
MWC2017 계기 조성된 상생분위기… 가입자 뺏기 싸움으로 찬물 우려
‘5G 기술 표준’ 한목소리 노력 절실

5G(5세대) 통신을 준비하며 서로 협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최근 다시 소모적인 자존심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8 판매 때문에 이통 3사의 경쟁이 격화된 것이다.

이달 들어 KT와 SK텔레콤이 자사의 기술이 ‘국내 최초’임을 강조한 홍보자료를 잇달아 냈고, 이때마다 경쟁사들은 어김없이 ‘해당 기술은 우리도 갖고 있다’며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12일 KT는 배터리 소모량을 절감해주는 ‘C-DRX’ 기술 홍보자료를 내면서 “LTE(롱텀에볼루션) 전국망에 C-DRX를 적용한 것은 KT가 국내 최초”라고 밝혔다. C-DRX는 스마트폰에서 실제 주고받는 데이터가 없을 때 네트워크 접속을 최소화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차량이 서 있을 때 엔진을 멈췄다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다시 엔진을 작동시켜 연료 소모를 줄이는 차량 ISG(Idle Stop&Go) 기술과 비슷한 원리다. KT는 갤럭시 S8로 유튜브 동영상을 계속 시청하는 상황을 직접 실험한 결과 45% 정도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마치 신기술을 처음 적용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지나치다”며 즉각 반박했다. 양사는 “C-DRX는 2011년 이미 표준이 마련됐지만 통화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 절감 기술을 전국 모든 지역에서 적용한다고 밝히자 이번에는 KT가 공세를 폈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2년간 철저한 사전준비 후 적용했다. 두 회사가 (급하게 전국에 확대하느라) 품질 저하를 감수하고 기술을 적용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20일에는 SK텔레콤이 4.5G 기술을 적용해 갤럭시 S8에서 현재 LTE 최고 속도인 500Mbps보다 40% 정도 빠른 700Mbps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5개 주파수 대역을 하나로 묶는 ‘5밴드CA(주파수 묶음 기술)’와 안테나 숫자를 늘리는 ‘4×4MIMO(다중안테나)’ 기술 등을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SK텔레콤이 국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반격을 하고 나섰다. 명칭을 ‘4.5G’로 새롭게 붙였을 뿐 4×4MIMO는 범용기술이어서 누구나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SK텔레콤이 주파수 대역 숫자가 5개로 가장 많고 총 주파수 대역도 가장 넓지만 가입자 숫자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두 회사와 가입자당 속도에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각국 정부와 통신사들이 5G 기술 표준을 정하느라 분주한 만큼 ‘국내 최초’ 경쟁에 목매기보다는 세계 5G 표준 경쟁 무대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 3사 수장들은 올해 초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5G 기술 표준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월 초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가입자를 서로 뺏는 이전투구의 모습이 아니라 (이통사들이) 상생 경영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국내 통신시장 규모가 정체되고 기술적으로도 눈에 띄는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지자 작은 장점을 크게 내세우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423/84030402/1#csidx7b0b395a886fe87a59eb275d5d8de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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