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청와대 요청 굴복한 KT, ‘황의 마법’도 못 바꾼 공기업 관행

 

[이투데이 김범근 기자]
김인회 KT 부사장 “朴 대통령이 최순실 사업제안서 직접 전달” 폭로

▲지난달 3일 황창규 KT 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2017년 신년 전략워크숍’에서 주요 임직원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KT

2013년 말 KT 수장에 오른뒤 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회장이 공기업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KT는 검찰 조사에서‘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줬다며 정권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21일 김인회 KT 비서실장(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 및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와 연관된 청와대의 지시사항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황창규 KT 회장에게서 박 전 대통령과의 지난해 2월 독대 자리에서 건네받았다는 더블루K의 용역제안서와 스키단 창단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사실이 있으며 상당히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저를 바로 불러 지시하는 스타일이었다”며 “면담 한 달 전에는 ‘VIP 관심사항’이라며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대행사로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KT 중장기 계획과 상관없이 청와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 같은 진술이 나오자 취임 직후 줄곧 민영화를 외쳤던 황 회장의 노력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T는 2002년 완전히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공기업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최대 주주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국민연금(10.47%)으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임기가 남은 CEO가 불명예 퇴진했고, 그 자리를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자치하는 등 외압에 자유롭지 못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 회장은 이 같은 공기업 문화를 척결하고자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영화됐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공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조직문화에 ‘삼성DNA’를 심는데 주력한 것. KT 측은 황 회장 취임후 비교적 느슨했던 기업문화가 역동적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 회장 본인도 지난해 4월 KT가 공기업의 옷을 벗고 혁신의 속도도 높이고 있다고 자평하는 등 정권과의 유착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황 회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혁신의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며 “관행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개선하는 구조적 혁신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그동안 KT가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있다고 언급해 왔지만, 이번 검찰 조사에서 들어난 것처럼 여전히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58) 전 수석의 압력에 의해 이동수 씨와 신혜성 씨를 채용했다. 더불어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에 일감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범근 기자 nov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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