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팀장칼럼] 이사회가 바로 서야 기업이 산다

 

설성인 재계팀장 | 2017/03/20 06:00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모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신 교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회사인 태평양제약(현 에스트라)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신 교수에 대해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반대를 권고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대학 동문이다. 이사회에서 동문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해 상당수 대기업이 이미 주총을 열었거나 개최를 준비 중이다. 주총 안건을 살펴보면 올해도 어김없이 학계,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 이사회에 사외이사(감사)로 진입하고 있다.

기업 이사회는 이사들이 모여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법률상 회의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보다는 형식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GS홈쇼핑, OCI, 세아베스틸 같은 회사는 오너 일가와 고교·대학 동창인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혔다.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고 건전한 토론이 있어야 할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동문회’로 전락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외이사의 적격성 문제는 학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 이사회는 전문성과 다양성도 부족하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5명의 사외이사 중 IT산업과 관련된 경험을 가진 인물이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4명은 고위 경제관료, 법조인, 의료인, 금융인 출신이다.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위원회에는 경영진인 사내이사들만 들어가 있다. 여성이나 외국인의 이사회 참여도 없다.

GE,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등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사외이사의 다양성, 전문성 등 인적 구성에도 신경을 쓴다. GE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배석하지 않아도 이사회를 열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회사 실정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 주요 계열사들은 정경유착이라는 홍역에 시달린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가 대외 자금을 사전 심사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K스포츠·미르 재단에 출연한 포스코, KT 같은 기업은 이미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으나 문제 있는 자금 집행을 막지 못했다.

결국 이사회의 인적 쇄신 없이는 과거의 잘못된 결정과 판단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 내에서 쓴소리하고 회사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으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기본이다. 아울러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사가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CEO·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선언하면서 기업마다 이사회 역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과 주주로부터 ‘진정으로 달라졌다’는 인정을 받으려면 기업 스스로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이사회 개혁 없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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