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창조혁신 센터장은 ‘그들만의 잔치’?

강원-네이버·경기- KT 출신
1기 이어 2기까지 대기업판
연봉 1억 인건비 국비로 지급
입주기업 “창업현장 모를텐데
제대로 일하려나” 볼멘소리

창조혁신 센터장은 '그들만의 잔치'?
 

 

최순실 사태 여파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 퇴직자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센터장을 대기업 등 전담기업 출신 퇴직자에게만 할당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당 센터는 ‘공개모집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센터 입주 기업들은 ‘창업현장을 모르는 대기업 출신 센터장이 실질적인 지원정책은 물론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지난 3일 미래부 승인을 마친 강원혁신센터(네이버)와 경기혁신센터(KT) 센터장은 해당 지역을 전담하는 대기업 출신이 맡았다. 강원혁신센터장 연임에 성공한 한종호 센터장은 네이버 출신이다. 경기는 KT CS 대표 출신인 임덕래에서 이경준 전 KT커머스 대표로 바통을 넘겼다.

 

지난해 말 공모 절차를 진행한 부산(롯데), 경북(삼성), 충북(LG) 역시 전담기업 출신이 센터장을 맡았다. 조홍근 부산혁신센터장은 롯데월드 영업본부장 출신이고, 김진한 경북혁신센터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를 지냈다. 윤준원 충북혁신센터장은 미디어로그 대표와 LG유플러스 마케팅추진실장으로 일했고, 주영범 인천혁신센터장은 KT스포츠 출신이다. 다음 달 센터장 임기가 끝나는 경남혁신센터(두산)와 제주혁신센터(카카오), 충남혁신센터(한화)도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두 전담기업 출신이 맡게 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처럼 센터장 자리를 대기업 등 전담기업 퇴직자들이 독식하고 억대 연봉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혁신센터에 국비 292억원, 지방비 182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각각 317억원, 232억원으로 늘렸고, 국비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보다 120억원 많은 437억원을 책정했다. 지방비도 3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총 700억원이 넘게 지원될 전망이다. 센터장 인건비는 운영비로 분류돼 세금에서 나간다. 센터장은 연봉만 1억원이 넘는다.

최성준 미래부 창조경제진흥과장은 “정부와 지자체, 전담기업 등 3각 축을 이루며 혁신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전담기업 출신이 센터장을 맡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직 센터장 A씨도 “공개모집 후 센터장추천심의위원회와 이사회 면접 등을 거쳐 미래부 승인을 받는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입주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설립 초기 전담기업이 물적 토대를 마련한 만큼 일정 정도의 역할과 권한을 인정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센터장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거기다 1기 센터장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2기 센터장 선임까지 대기업 출신이 독차지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혁신센터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 혁신센터에 참여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센터장 자리를 개별 기업 퇴직자 출신이 독식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역 혁신센터에 입주한 김 모 대표는 “혁신센터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인데 창업 현장을 전혀 모르는 대기업 출신 센터장이 와서 얼마나 이해하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 회사 역시 센터에 입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센터장과 제대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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