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KT ‘외풍차단案’ 내주 나온다

 
이사회 권한 강화 등 지배구조 개편..”CEO 선임 투명 공개”

KT가 이사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이르면 다음주 마련한다. 앞서 지난달 말 KT 이사회는 황창규 회장에 대한 연임을 결정하면서 신사업 강화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16일 “현재 벤치마킹 대상이 될 국내외 기업 지배구조를 스터디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개선안을 마련해 이달 말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은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사회 지원 조직을 확대하고 감사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등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사회 자체가 안건을 주도적으로 상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관도 일부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황 회장이 CEO(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되는 과정에서 현직 CEO가 연임에 나서는 경우에 대한 내용이 정관에 없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직 내부에서 차기 CEO를 키우는 CEO 승계 프로그램도 거론된다. 과거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도 ‘낙하산’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사회 관계자는”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해외 주주나 국민연금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결국 이사회가 견제하고 제 기능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KT는 최대주주 국민연금(10%) 외에 NTT도코모 등 외국인 지분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KT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선정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매년 선정될 정도다. 2002년 민영화 때부터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 권한을 강화한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CEO를 견제할 사외이사들 역시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도록 했다. 사외이사는 금융회사처럼 최대 재임기간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례에서 보듯 정권 개입에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도 이사회는 별다른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낙하산’ 인사와 그에 따른 이권 개입 논란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석채 전 회장, 남중수 전 사장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걸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KT는 어떤 기업보다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며 “CEO 선정과 사외이사 선임에 정권이 개입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영화 시 최대주주 없이 주식을 분산시켜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든 게 원죄라고 주장한다. 정권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에도 그런 배경이 있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 무용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참에 ‘무늬만 민간기업’이란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CEO와 이사 선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노조 등 종업원들이 검증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CEO와 이사회가 서로 나눠 먹는 공생관계”라며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이사를 선임하고 CEO를 선정하는 우리은행 방식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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