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이동통신 가입자당매출의 실체…목적 따라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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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통사 “가입자당매출 감소” 앞세워 요금인하 난색

대선 앞두고 요금인하 요구 커질 것 같자 다시 꺼내

사물인터넷 가입자 포함시켜 ‘마사지’한 사실은 숨겨

기기 가입자 요금 월 3천~1만원으로 전체 평균 끌어내려

투자자에겐 “가입자당매출 수치 의미 없다” 일축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일부 언론을 앞세워 “이동통신 가입자당매출(ARPU)이 감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인하를 강요하면 5세대(5G)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또다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요금 인하 요구를 차단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이통 3사의 최근 3년치 실적을 보면, 가입자당매출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4년 4분기와 지난해 4분기를 비교하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월 3만6679원에서 3만5355원으로 떨어졌고, 케이티(KT)는 3만6285원에서 3만5452원으로 내려갔다. 엘지유플러스(LGU+)도 3만7906원에서 3만5657원으로 낮아졌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결같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사업자들 논리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행정자치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70만4332명이다. 이 가운데 0~6살 등을 뺀 이동통신 가입 가능 인구는 어림잡아 460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에스케이텔레콤 2959만5천명, 케이티 1889만2천명, 엘지유플러스 1249만명 등 총 6097만7천명이다. 이동통신 이용 가능 국민 수보다 1500만명가량 많다. 게다가 가입자는 해마다 수십만 명씩 불어나고 있다.

우선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거주자를 꼽을 수 있다. 정보·수사기관의 도·감청을 피하겠다며 휴대폰을 2대 이상 개통해 쓰는 경우도 꽤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가입 가능 인구와 가입자 수가 1500만명이나 차이가 나고, 해마다 수십만 명씩 차이가 더 벌어지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주범’은 사물인터넷(IoT) 가입자다. 사람이 아닌 기기 가입자가 가입자 수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통 3사는 사물인터넷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아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기 가입자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 가입자의 가입자당매출은 3천원~1만원 수준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한테 흔히 듣는 말이 “너희들 때문에 반 평균이 떨어졌다”다. 이동통신 가입자당매출에선 기기 가입자들이 전체 평균을 갉아먹는다. 월 요금이 3천원~1만원밖에 안 되는 기기 가입자들이 많아질수록 가입자당매출 평균이 낮아진다. 그동안 체감 이동통신 요금 부담은 커지는 것 같은데 사업자들이 내놓는 가입자당매출은 감소세를 보여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의문을 풀 열쇠도 여기에 있다.

정부와 이통사들은 이를 잘 안다. 정부는 기기 가입자를 따로 집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가입자당매출이 급증해 요금 인하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해 막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들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입자당매출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가입자당매출 추이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쪽에는 슬며시 가입자당매출 추이 자료를 내민다.

짐작건대 정부가 기기 가입자를 빼고 가입자당매출을 집계하라고 하는 순간 이통사 실적 발표 자료에서 가입자당매출 항목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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