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KT ‘황의 법칙’ 찬사받을 만한가

– 황창규 KT 회장의 성과에 거품 끼었을까

‘실적이 좋아졌다’ ‘미래비전을 세웠다’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웠다’. 황창규 KT 회장에게 쏟아지는 3가지 찬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실적이 좋아진 건 맞는데 KT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래비전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도 않았다. 황 회장의 업적을 냉정하게 살펴봤다.

   
▲ 오는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에 도전한다.[사진=뉴시스]

“KT는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황의 법칙’은 혁신의 법칙이었구요. 그간 관료, 교수, 군인 등 다양한 직군이 KT의 사령탑으로 임명됐지만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1등 기업 삼성전자 CEO 출신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돌아보면 의문이 듭니다(현직 KT 직원).”

지난 6일, 황창규 KT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를 심사할 ‘CEO(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업계는 황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4년 취임 이후 3년간의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KT와 각종 미디어가 거론하는 황 회장의 대표적 성과는 세가지다. 하나는 수익을 끌어올렸다는 점, 둘은 KT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가토피아’를 제시했다는 점, 셋은 전임 CEO들과 달리 낙하산 인사를 청산하고 정부의 입김을 줄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성과는 언뜻 봐도 ‘과대포장’돼 있다. 먼저 실적을 살펴보자. 2014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KT는 황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지난해 실적도 유ㆍ무선 사업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했다. 확실히 실적을 놓고 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 시기에 실적이 좋았던 이통사는 KT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4년 5763억에서 2015년 6323억원으로 560억원 늘었다.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1조8251억원에서 1조7080억원으로 줄었지만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쇼핑사업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이통3사가 호실적을 거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었다.

   
 

이 법이 발효되면서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 증가’를 황 회장의 성과로 포장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KT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통3사 중 꼴찌였다.

이런 KT의 민낯을 투자자들은 냉정하게 꿰뚫어본 듯하다. 2014년 1월 29일 3만800원이던 KT의 주가는 올해 1월 11일 기준 2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3년간 KT의 주가의 최고점은 주당 3만7000원, 최저점은 2만6050원이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황의 법칙인가 단통법의 수혜인가

황 회장의 또다른 성과로 꼽히는 ‘기가토피아’도 한계가 뚜렷하다. KT가 설명하는 기가토피아란 이렇다.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되어, 편리함을 넘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세상.”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이나 초고선명(UHD)급의 고화질 콘텐트를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KT 기가토피아의 발판은 ‘기가인터넷’ 서비스다. 기가인터넷은 기존 초고속인터넷보다 5배에서 10배가량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KT는 기가인터넷 시장의 선두주자다. 2014년 10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호황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IT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가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유용한 콘텐트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가인터넷이 필요한 만큼 용량이 큰 콘텐트가 많지 않다. 앞으로도 콘텐트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KT 새 노조 관계자는 “기가인터넷은 기존가입자 전환 비율이 높아 수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미지수”라며 “차라리 고착화된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 점유율인 5(SK텔레콤)대 3(KT)대 2(LG유플러스)를 깨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꼬집었다.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늘었다는 걸 황 회장의 성과로 보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KT의 미래 전략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 회장의 업적 중 과대포장된 건 또 있다.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회장이었다는 거다. 황 회장은 취임 초기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들을 물갈이했다. 그 때문인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CEO’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사실은 딴판이다. 취임 1년도 안돼 정치권의 입김에 굴복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KT에 차은택씨 지인 이동수씨의 영입을 요청하자 KT는 2015년 2월 그를 KT 브랜드지원센터장 자리에 앉혔다. 9개월 뒤에는 회사 전체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IMC본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겨줬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는 55억원 규모의 광고를 집행했다.

   
▲ 황창규 KT 회장 역시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사진=뉴시스]

KT가 최씨가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에 기부금 형식으로 출연한 금액만 18억원이다. 특히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해당 기부금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황 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황 회장이 정부의 뜻에 따른 흔적은 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이 은행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 관련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KT, 정부 입김 지웠나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KT로선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KT로선 리스크가 큰 사업에 선뜻 뛰어든 셈인데, 흥미롭게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를 선언한 산업자본은 KT, 포스코 등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이다.

KT 새 노조 관계자는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임기 중인 CEO가 바뀌는 ‘CEO 리스크’에 늘 시달려왔다”면서 “이번 게이트 결과에 따라 같은 비극을 경험할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연임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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