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 결과에 불만을 품고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KT 직원이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2차 변론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차 변론 날짜를 2달가량 연기했다.
4일 방송·통신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KT 직원 윤모씨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해 추후 경과를 좀 더 확인한 다음 변론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8월 12일로 예정된 2차 변론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은 “자사와 SK텔레콤과의 계약이 완전히 끝나는 걸 본 다음 소송을 취하하려고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앞서 KT 직원인 윤모씨는 3월 7일 “CJ헬로비전이 올해 2월 26일 임시주총을 열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결의한 것은 무효”라며 서울남부지법에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직원 김모씨도 11일 후인 3월 18일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두 사건이 원고만 다를 뿐 쟁점은 동일하다고 판단해 같은 시간대에 ‘병행진행’을 해왔다.
SK텔레콤(017670)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며 지난해 12월 1일 정부에 M&A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1주와 SK브로드밴드 0.4756554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CJ헬로비전(037560)은 올해 2월 주총을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윤모씨와 김모씨는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는 점,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점,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법원에 “주총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두 사람이 몸 담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M&A 시도를 반대하며 내세웠던 논리와 똑같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 업계에서는 “회사가 직접 소송을 걸기 부담스러워 직원을 앞세웠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변론은 지난 6월 3일 열렸다. 2차 변론 날짜가 8월 12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공정위가 M&A 불허를 결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두 회사의 결합으로 국내 방송·통신 업계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식양수 금지와 합병 금지 명령을 내렸다. 결국 미래부는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에 대한 인·허가 심사 절차를 종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윤모씨를 대리하는 율촌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2차 변론 날짜를 오는 10월 7일로 늦췄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건과 함께 변론을 진행하려고 했던 LG유플러스(032640)직원 김모씨와 CJ헬로비전간 소송의 2차 변론도 같은 날짜(10월 7일)로 연기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자사와 SK텔레콤의 계약이 완전히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난 뒤 소송을 취하할 것 같다”면서 “이미 착수금을 다 지불했으니 서두를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KT(030200)와 LG유플러스가 적당한 시기에 소송을 취하하는 방향으로 (해당 직원에게) 지침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