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말로만 국민기업? 두 얼굴의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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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말로만 국민기업?
황창규 KT의 두 얼굴


 

새해 국민들에게 1등으로 기억되는 KT, 항상 도전하는 KT로서 ‘혁신적인 국민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하고자 한다

황창규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황창규 회장은 국민기업 KT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olleh 이미지를 지우고 Korea Telecom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KT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KT가 국민기업 타이틀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를 묻는 회의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KT 관련 사고와 비리 뉴스에 더해서, 내부 직원들 분위기마저 좋지 않다. 일각에서 KT에는 국민기업다운 공공성도, 혁신성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강한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내부 직원들도 황 회장의 경영방식이 이석채 전 회장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혁신 측면에서는 이 전 회장만 못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전 회장은 그래도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라도 받았다.

광(光)만 파는 기가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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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은 기가인터넷이다.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정부의 코드에 맞추고 이를 적극 홍보했다. KT는 기가인터넷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렸고, 얼마 전 가입자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가인터넷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창조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가인터넷 가입자 대부분이 기존 KT 메가인터넷을 쓰던 사람들이다. 각종 프로모션으로 요금 차이를 낮춘 다음에 기가인터넷으로 전환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기가인터넷으로 바꾼 가입자가 클레임을 제기해서 다시 원래 인터넷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속도차이는 못느끼겠는데 요금만 올라갔다고 불만이다. 실제 KT 상품약관을 봐도, 포장만 기가(Giga)급이지 실제 보장속도는 메가(Mega)에 불과하다. 기존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품을 새 포장으로 출시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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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직원과 ‘을’을 들볶아 달성한 150만 기가인터넷 가입자

기가인터넷 150만 가입자 달성이라는 실적에서 그 그림자 또한 보아야한다. KT는 겉으로는 창조와 혁신을 표방하지만, 내부 경영 실상은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사에서 하달식으로 경영목표를 지시하면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달성하는 식으로, 군대식, 공무원식 관료제라는 평가를 여전히 못 벗고 있다.

무리한 실적 강요와 줄세우기는 결국 정도를 벗어난 영업행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관리자가 공공연하게 직원에게 자사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갑’인 대기업이 협력업체나 대리점 같은 소위 ‘을’에게 실적을 압박하는 관행이 계속 되면, 편법, 불법 영업이 횡행하기 십상이다. 결국에 최종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게되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하는 통신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KT가 부당한 영업 행위를 하게 되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시나리오다.

일례로, 기가인터넷이 전혀 필요없는 가입자에게 웃돈을 주고 기가인터넷으로 가입시킨 다음에 몇 개월 후 다시 메가로 되돌리는 영업 방식이 KT내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개선된 영업이익, 정리해고와 단통법의 효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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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이 추진하는 ‘국민기업’ 경영의 성적표는 어떨까. 황 회장 임기 이후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그 내역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영업이익 개선은 영업비용이 줄어든 결과이고, 이는 지난 8,300명 명퇴로 인건비 감소 효과에 더해서 무선 부문 마케팅 비용 감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케팅 비용감소는 단통법의 영향으로 큰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사가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선된 실적 성적표 이면에 ‘을’의 눈물

2016-05-29 17_31_49-KT 1분기 영업이익 12배 폭증, 단통법에 웃는 통신사들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 경제 - Firefox Developer Editio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사는 웃지만,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소위 ‘을’인 유통점도 마찬가지다. 단말기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유통점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 이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KT는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가입자당 평균 요금, ARPU를 높이는 데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고객에게 고액요금제와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강매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KT 유통점에 지급하는 수수료 체계를 ARPU 우선으로 강제하면서, 중간에 낀 유통점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고객에게 뒷돈을 줘가면서 6만원, 7만원이 넘는 고액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SKT가 유통점에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제해서 이슈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없는 신사업, 쥐어짜는 것 말고는 잘하는 게 없다?

신사업 부문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IoT(사물인터넷)을 들고 나와서 상품을 출시했지만, 경쟁사보다 한참이나 출발이 늦었다.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다. IoT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아니나 다를까. KT는 전가의 보도, 임직원프로모션 카드를 꺼냈다. 언론을 통해서도 KT가 임직원 프로모션을 명목으로 직원에게 사실상 상품을 강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있다.

그나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테슬라와의 통신서비스 협약 소식이 괜찮은 KT의 미래먹거리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업 모델이 나온다고해도, 지금과 같은 경영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희망이 있을까. KT직원 테슬라 소식을 듣고는,

핸드폰에 기가인터넷에 IoT 모자라, 이젠 자동차도 자뻑해야하는 거 아니냐

며 자조 했다. 그냥 우스개 소리로 넘길 수 만도 없는 얘기다.

황 회장의 정치권 진출을 위한 전리품으로 전락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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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비롯해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황 회장이 정치권 진출에 욕심이 많다는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황 회장 임기 동안 KT의 경영내용을 보면, 황 회장이 KT를 자신의 공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지 심각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비리경영의 상징처럼된 이석채 전 회장의 비극의 출발도 정권코드 맞추기 아니었던가? 황 회장을 위해서나 KT를 위해서나 CEO가 정권코드 맞추기는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정권에 보여주기용 혁신이 아니라 현장 눈높이에 맞는 진정한 경영혁신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게 안팎의 지적임을 황 회장은 명심해야 한다.

구조적 리스크에 삐걱 대는 KT, CEO 리스크까지 더해

국민기업으로 가는 혁신은 커녕, KT는 리스크로 삐걱대는 실정이다. 연이은 직원 사망부터, 도시철도공사 스마트스크린 소송 취하 의혹, 현장에서 제보가 들어오는 각종 비리가 산재해있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KT가 내부 직원에게 리스크 방지 교육을 하면서 직원을 단속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구호에 그친다.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한채, 문제 해결 시늉만 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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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원의 사망과 사고는 심각한 문제다. 황 회장 임기 KT에서도 여전히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업무로 사망한 직원, 모뎀수거를 명목으로 하루 수백 Km를 운전하게 해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직원, 많은 KT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 KT직원은 회사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위험하다. KT 직원도 국민이다. 직원이 죽고 다치는 기업이 어떻게 국민기업이 되겠는가.

황 회장 임기 초기부터 일각에서는 통신 문외한인 황 회장의 영입을 우려했다. 황 회장이 취임한지 햇수로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직원들 여론은 황 회장이 현장을 너무 모른다, 황 회장이 뚜렷하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직문화를 더욱 경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KBN 시청을 명목으로 일찍 출근하고 일 없어도 상시적 야근이 많아져서 근무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진단이다.

이 전 회장처럼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해도 어디냐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황 회장이 나서서 이 전 회장의 비리를 책임추궁하지 않는 것은 CEO로서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지금, 무능한CEO를 가진 기업은 존폐의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다. CEO 리스크까지 안는다면 KT의 미래는 없다.

착한기업이 살아남는다, 본질적인 리스크 방지는 노동자 경영 참여와 감시가 필요

국민 기업은 둘째치고서라도 지금 KT는 정도경영, 윤리 경영이 시급하다. 우리사회는 점점 착한기업만 살아남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이 점점 해소되면서 소위 ‘나쁜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옥시사태부터 남양유업, 폭스바겐, 미쓰비시 사태를 보라.

더 이상 형식적인 리스크관리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직원과 현장을 대변하고 경영을 견제하고, 내부비리 해결에 경영진과 파트너쉽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KT새노조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이제부터라도 KT는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KT는 말로만 국민기업이 아닌 진짜 국민기업이 되어야한다. 그것은 과거 국민의 자산으로 설립된 KT의 마땅한 책무이기도 하다.

1. 통신비 인하, 통신 공공성 추구

국민기업으로서 KT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계통신비 인하에 앞장서야한다. 비싼 통신비 문제는 현재 시민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이다. 한국 통신비가 OECD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KT는 과거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통신시장을 바꾸었다. 스마트폰 도입이 외부에서 가져온 혁신이었다면, 이제 파격적인 요금제 출시로 내부로부터 판을 바꿀 차례이다. KT는 기본료 없는 요금제를 출시해서 합리적인 가격경쟁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 단통법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된 지금 KT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 황 회장 성과금으로 수십 억을 쓸게 아니라 경쟁력있는 상품 개발에 투자할 때이다.

2. 직원 인권 존중과 상생경영 시행

KT 내부로는 직원을 실적의 도구나 비용으로만 보는 태도를 버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KT새노조는 노동인권 문제 진단과 해결에 앞장서 왔다. KT는 KT새노조와 힘을 합쳐 KT 내부 인권 문제 해결과 장시간 근로, 직원 괴롭히기, 상품강매, 실적줄세우기 등 나쁜 관행 근절에 힘을 써야한다. KBN 시청을 빌미로 직원을 일찍 출근 시키는 치졸한 행위는 당장 그만두어야한다.

또한, 황창규 회장과 KT는 통신신비정규직, 협력업체, 유통점과 함께 사는 경영을 해야한다. 말로만 상생경영이니, 정도경영을 내세우지만 최근 K패드 소송 사태에서 보듯 KT의 ‘갑질’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상의 노력과 혁신을 해야만 KT는 진짜 국민기업이 될 수 있다. KT의 골든타임은 얼마남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이 단절된 국가는 중요한 때 국민을 버린다. 옥시와 세월호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KT도 마찬가지다. KT직원은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KT직원의 힘으로 수평적 소통을 이뤄야한다. KT새노조에 더 많은 직원이 참여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2

 

[현장 이슈]

휴일 근무 전면통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우문현답(愚問賢答) 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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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은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이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휴일근무를 전면 통제하는 모습 속에는 KT의 답이 무너지고 있다.

2016년, 올해들어 휴일 근무 통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다. 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부서나 휴일에 꼭 처리해야 하는 사람도 막무가내식 통제에 일 손을 놓고 있다. 토요일 근무는 휴일근무 수당 없이, 무조건 대체휴일을 지정해서 쉬어야 한다. 만일 휴일 근무를 내지 않고 출근해서 사내 피씨에 접속하는 순간, 무단으로 휴일 근무한 것으로 간주되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근무가 아닌 날 출근을 3번 하면 징계를 준다고 회사는 경고하고 있다.

 

휴일 수당의 흑역사

지난해, 기가인터넷이 황 회장의 상징처럼 되면서 영업 현장에서 각종 시연회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역적 특성이나 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시연회를 해야 열심히 영업하는 것과 같은 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 결과 당연히 휴일 수당이 전사적으로 눈덩이처럼 늘었다. 시험실 등 불가피한 현장 업무로 지출된 휴일 수당보다 영업 분야에 지급된 휴일수당이 더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영업 분야에 지급된 휴일 수당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편법적으로 영업 비용을 만든 것이라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하였다. , 실제로는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휴일근무한 것으로 만들어 그 수당을 영업비용으로 변칙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휴일 수당을 편법적 영업비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행위는 KT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며, 이는 일벌백계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에서 그런 편법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전 직원을 무차별적으로 휴일 근무를 금지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휴일 근무가 필요한 곳은 휴일 근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휴일 근무를 하면 그에 적절한 보상인 휴일수당을 지급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KT는 꼭 필요한 휴일 근무까지 통제하고 있으며, 이런 비상식적인 조치는 곧 또 다른 편법을 만들어 내는 꼴이 되었다. 가령, 시험실이나 모뎀실 등 토요일 근무가 불가피한 현장에서는 휴일 근무를 하고서는, 반일 휴일 근무를 달게 한다든지, 긴급 출동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상하고 있다.

 

일괄 통제는 편법을 낳고, 편법은 결국 비리를 낳는다

KT 경영진은 늘 현장을 중시한다고 말했고, 황창규 회장은 임파워먼트를 강조했다. 실상 현장은 늘 통제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에는 시연회를 지시하니, 현장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휴일근무를 했다. 반면, 올해 들어 그 비용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현장에서 필요와 무관하게 휴일 근무를 일괄 통제를 하고 있다. 황 회장이 강조하는 임파워먼트가 이런 것인가? 회사의 자원은 필요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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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이 정말 명심해야 할 말,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직원들은 “황창규 회장이야 말로 현장을 모른다”는 말에 누구나 공감한다. 이번 휴일근무 통제 사건이 좋은 예이다. 구체적으로 현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면 일괄통제를 하게 마련이다. 황창규 회장은 현장을 모르면서 일괄 통제라는 방침을 내린다. 황 회장만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현장을 잘 아는 현장 관리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내어 이러한 불합리한 방침을 바로 잡으려 하기 보다는, 온갖 편법과 꼼수를 통해 적당히 본사 통제에 순응한다. 제1노조는 무얼하고 있나? 바른 말 해야 하는 교섭 대표 노조인 제1노조는 아무런 구실도 못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직원들은 절망하며 회사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그만 비정상적인 고리를 깨야 한다.

이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실상이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수직적인 소통이 아닌 수평적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매의 눈을 하고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임파워먼트란 조직원들 개개인에게 조직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시연회로 휴일 수당이 남발하게 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는 그 휴일 수당을 문제삼아 휴일 근무를 일괄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이번 조치야 말로, 황 회장이 강조해 온 임파워먼트의 실패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3

 

[국제연대]

인도네시아 노동운동단체 교류기


 

인도네시아 국제교류를 다녀와서

폐쇄된 공장출입문, 탈출이 불가능한 쇠창살, 곧 무너질 내릴 것 같은 쩍쩍 갈라진 건물기둥들.

각각 수백에서 천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2012년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의류공장 화재 사건과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공장 붕괴 사건의 흔적들이다.

이 참사의 배경에는 H&M이나 Zara와 같은 초국적 의류 자본이 있다. 이들은 생산시설을 노동비용이 더 낮은 나라로 이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더 낮은 단가와 더 빠른 납기를 요구하며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그리고 현지 공장주들은 글로벌 의류 업체의 요구에 맞춰 반인륜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했다. 그들은 화재와 붕괴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악랄한 착취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국경을 초월한 생산시스템 내에서 서로 경쟁에 내몰린다. 일국 차원의 투쟁으로는 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여기에는 국제 연대가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언어도 다르고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실질적인 연대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하나.

이런 고민을 안고, KT새노조 동지 21명과 함께 4월 28일에서 5월 3일까지 일정으로 동남아시아 내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노동 단체와의 만남

우리는 먼저 KSPI, KSBSI 등 연속되는 노총과의 간담회를 통해서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의 전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인도네시아 봉제산업의 7-80%를 점유하고 있는 재인도네시아 한국봉제협회(KOGA)의 사업장이 몰려있는 수출자유지역 내 공장들을 둘러보고 인근의 노동조합과 노동자생활지역도 방문하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길. 쓰레기 더미와 염색 후 방류한 폐수의 악취, 그릇 몇 개와 거적 몇 장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보았다.

애초에 언론 홍보용도로 설립되어 의사나 간호사 한 명 없이 텅빈 공단 내 병원, 납기가 다가오면 퇴근이 허락되지 않는 노동조건,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받고 그마저 체불되다가 어느날 아침 갑자기 폐쇄되는 공장(소위 ‘먹튀’).

이러한 눈물겨운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살고자 조합원 교육과 투쟁을 준비하는 FBLP의 해맑고 강인한 여성노동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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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FBLP동지들은 가사와 보육뿐아니라 가장의 역할을 해야하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는 너무 편하게 노동운동을 말하고 있지 않나?’하는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방문한 노동단체 LIPS. 노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실무를 지원해주고 있으며 특히 교육사업에 힘을 쏟는다고 한다.

“노동자의 힘과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믿기에 이 운동을 하고 있다”

LIPS 센타장의 말이다. 국내라면 소위 학출들의 흔한 얘기쯤으로 치부했을 법한 얘기지만 7,000Km떨어진 먼 이국 땅에서는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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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PS구성원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흔하지 않은 대졸출신이다

 

5월 1일 메이데이(Mayday) 행사

메이데이 행사장인 GBK로 가는 행렬이 너무나 역동적이다. 온 도로를 점령한 빠라빠라~바 노동자 오토바이 부대. 그야말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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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데이 행사장으로 가는 오토바이부대.
인도네시아는 전국에 8개 노총이 있지만 우리와 다르게 한 곳에서 노동절행사를 개최하였다

 

인도네시아 사회의 생동력의 원천을 보는 것 같다. 모두가 젊은 노동자들. 그들도 우리도 서로 어색하지만 금방 친해져, 악수하고 같이 사진찍기 바쁘다.

이래서 노동자는 하나라고 하는구나!!

 

현지 언론의 관심과 인터뷰, 국제연대활동중인 말레이시아 노총과의 조우.

너와 내가 함께 외친 구호,

“최저임금 인상하라!! 노동자 탄압 중단하라!!”

너무나 뜨거운 날을, 더 뜨거운 연대의식으로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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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노총과 한 컷.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다 같이 말레이어를 사용하여, 서로 의사소통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친 저녁. 피곤한 눈을 비비며, 조합원들과 둘러 앉아서 평가회의를 열었다.

“한국의 선진적 노동운동을 배우고 싶다는 인도네시아 동지들의 요청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우리가 선진적이라니이게 무슨 말인가? 나의 소유에 신경 쓰느라 노동자 정신은 멀리한 지 오래지 않은가? 노동자의 대의를 위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운동 아니던가?

모두 부끄러워 어색한 침묵으로 빈 소주잔만 응시하고 있다.

 

우리의 연대는 현재 진행형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우리를 선진노동운동가로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동지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부끄러운 우리의 현재.

그러나 그 부끄러움을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우리가 겪은 오류를 반복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우리도 계속 노력하고 있노라는 말과 함께.

 

가난하지만 희망에 넘쳐있는 인도네시아 노동자와, 훨씬 많은 것을 갖고도 좌절하고 있는 우리의 차이는 뭘까?

노동자의 희망은 투쟁이라는 명쾌한 진리를 확인한 뜻 깊은 국제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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