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디지코’로 혁신의 걸림돌, 구태의연한 KT노조 선거

최근 구현모 사장이 언론에 KT를 통신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KT 별도 매출을 20조원으로 성장시키고, 비통신 분야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내부적으로는 ‘애자일’ 경영을 언급하며, 광역본부의 독립적인 경영과, 재택 근무 등 ‘미래지향적인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KT가 더 이상 ‘올드한’ 회사가 아니라며, KT가 40세 미만 직원이 4500명이며, AI 개발 인력을 12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등 인적 구조 변화를 강조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 매일경제

100년 통신기업 KT의 CEO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회사 미래를 구상하고 이를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마치 KT 현실이 장미빛 미래를 향해 내부 혁신을 진행하는 것처럼 다소 치장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KT 내부자, 특히 현장 직원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화려한 언론 보도는 다른 회사 얘기처럼 들릴 뿐이며, 심하게 비판하면 현실성 없는 언론 플레이일 뿐이다.

왜냐하면 구 사장에게는 대외 발표용 혁신구상이 있을 뿐, 직원을 내부적으로 추스르고 제대로 일해보자는 혁신 분위기를 만들어 갈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지역본부를 광역본부로 통합하고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을 한다고 했지만, 현장 직원들은 냉소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대다수 광역본부와 지사의 책임자들은 실질적 혁신보다는 다른 본부, 지사와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나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 내부 경쟁용 줄세우기와 꼼수에 올인할 것임을 현장직원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화제다. 이 기업들은 아예 연간 실적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직원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현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KT의 ‘구시대’적인 내부 줄세우기 관행은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자괴감만 점점 커지게 할 뿐이다.

이러한 KT 내부 분위기는 외부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통신 3사 중 KT만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영향을 받은 계열사의 부진으로 분석되지만, 구현모 사장 취임 후 3분기가 되도록 KT가 뚜렷한 실적 변화를 못 만들어 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구 사장 이후 계속 하락 추세인 주가가 보여준다.

KT주가

구 사장의 발표 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AI/DX 사업은 3분기 매출이 1347억원으로 아직 다른 사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편이다. 이 사업이 비용대비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 사장이 강조한 젊고 전문성 있는 인력의 구조 변화도 마찬가지로 언론 홍보를 위한 숫자놀음일 뿐 KT의 실상은 그 이면에 있다. KT는 여전히 심각한 ‘현장 기피적 본사 증후군’ 문제가 있다. 그 결과 본사와 현장 사이의 거대한 단절과 분리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구 사장이 언급한 40세 미만의 직원과 AI 등 전문인력이 밀집해 있는 본사와 본사를 제외한 현장은 완전히 다른 회사나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현장기피는 본사가 현장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면 설명할 수 있다. 지난 IR 설명회에서는 매년 1천명씩 자연감소로 인건비가 절감됨을 강조했다. 이는 구 사장도 전임 CEO와 다를 바 없이, KT 직원을 쓸모 없는 비용요소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임 초 구 사장이 직원들에 암기를 강요하고 확인까지 했던 핵심가치에서는 직원에게 ‘주인정신’을 가지라고 했지만, 직원이 퇴직하기만을 기다릴 뿐 어떠한 자기발전과 성장 전망을 주지 않는 회사에서 노예정신이 아닌 주인정신을 갖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 아닐까.

이미지=KBS

이러한 본사와 현장 사이의 단절된 기업문화, ‘대외발표용 혁신’의 기업문화와 지시 통제 위주의 내부 기업문화의 괴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1노조 선거 분위기이다.

KT 신입사원들이 가장 당혹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노조 선거이다. 이번 선거만 봐도, 조합원으로서 후보 추천서명 하는 일부터 경직된 긴장 속에서 마치 피아식별 하듯이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 아닌가.

총체적난관 KT, 노사관계 정상화부터

KT는 과거 뛰어난 인력과 자산이 많았고, 대표 IT기업으로 통신사관학교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이석채, 황창규를 거치며 내부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 보다는 이익 극대화의 가장 손쉬운 방법인 인력감축에 올인하였다. 그 결과 직원들은 ‘눈치꾸러기’, ‘찬밥신세’로 전락하였고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업무 의지는 급격히 퇴색했다.

따라서, KT 혁신은 현장의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여전히 KT의 가장 큰 자산은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관계부터 정상화 해야한다. 현재 노조는 경영진 이미지 치장 용일 뿐 현장과 경영진간의 긴장과 협력의 소통 창구 역할을 전혀 못하는 식물노조이다. 그에 근거한 어용적 노사관계를 정상화하여 생산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통해 직원들이 진짜 ‘주인정신’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소식지] KTS 현장 직원의 편지 – KT새노조
이미지=JTBC

KT는 지금 내부 소통의 부재가 심각하다. 경쟁사는 앞서 가는데 KT만 모래성 같은 허수 실적 쌓기에 매몰되어 있다. 게다가 시장의 변화 속도가 가속화 되어 전혀 다른 사업영역에서 성장한 회사가 KT의 경쟁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구 사장이 화려한 언론홍보만 할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KT 경영전략을 바꿔야 한다. 뛰어난 CEO가 없더라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일하는 문화가 있다면 얼마든지 혁신이 나올 수 있다.

구태의연한 내부 조직 문화 개혁이 필요

지금 KT의 일하는 문화는 어떤가. 본사 직원은 현장으로 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내 정치를 할 수 밖에 없고, 현장 직원은 고과와 승진을 챙겨서 각자도생하는 게 가장 현명한 전략이 되어버렸다. KT는 이미 직원 개개인이 극단적으로 분절화되어 있고, 경쟁에서 낙오된 직원은 나름대로 적당히 일하기 전략으로 처신하고 있다. 아마 대다수의 직원이 KT의 기업 역량이 점점 소진해 간다고 느끼지만 ‘내 정년 때까지만 안 망하면 된다’며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외면하고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즉, 노사관계를 정상화 하고, 본사 증후근을 극복하고, 직원 스스로 제대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팀 단위 평가, 직무급제 등 인사 제도 개혁에도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 변화하는 사업영역에 활발하게 직원을 교류하고 교육시켜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조차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100년 기업 KT에게 또다른 100년은 없을 지 모를 일이다. 무능한 경영진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말고 KT 직원들이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노조 선거부터 행동해보자. 노조 정상화부터 하나씩 실행해 나간다면 우리 직원 손으로 KT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4 댓글

  1. 이 글,속이 시원하네요. 한편 걱정했던 것이 헛된 걱정이 아니란것을 확인하니 걱정도 되고. 새노조와 민주노조 구별조차 못했는데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1,2 노조 및 희망자들로 대토론회 한번 하면 좋겠어요. 일제강점기 때의 만민공동회처럼.

  2. “급속보”
    선거2일앞둔17일퇴직한조모씨가 위원장후보와노조에대해 한노총건물앞에서오후4시기자회견예정~~(극비로진행중임을최측근지인통해내용포착함)

  3. 기사 참 썼다. 사장도 노조도~ ㅎㅎㅎ무슨 70년대 느낌이라는거잖아요?

Leave a Reply

XHTML: You can use these tag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