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경영진의 감시·관리 의무 소홀과 SEC 과징금 관련 손해 책임 인정한 고법 판결 환영한다
– 7년 넘게 싸워온 소액주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KT는 손해 회수와 이사회 개혁에 즉각 나서라
불법 정치자금 기부 등 이른바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전 대표 등 KT 전직 최고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고법은 16일 KT 소액주주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들의 감시·관리 의무 소홀을 인정하고, 황창규 전 회장에게 4억 5,976만여 원, 구현모 전 대표에게 황 전 회장과 연대해 이 중 8,828만여 원을 KT에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부외자금 조성 문제 등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KT에 부과했던 75억 원가량의 과징금에 대해서도 전직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해 황 전 회장 6억 원, 구 전 대표 2억 4,000만 원 부분에 대해 재직 기간에 상응하는 배상 책임을 명확히 판시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 직접 실행 여부만이 아니라 이사로서 내부 위법행위를 감시·관리할 전반적인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책임을 엄중히 물은 판결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새노조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전직 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구체적 금액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을 강력히 환영한다.
이번 사건은 KT 대외협력(CR) 부문 임직원들이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원들 명의로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이다. 재판부 산정에 따르면 이사 재직 기간 중 조성된 부외자금과 정치자금 송금액은 황 전 회장 11억여 원, 구 전 대표 4억 원가량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 임원들이 수사를 받았고, 구현모 전 대표는 본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제공해 벌금 700만 원이 확정되는 등 국민기업 KT의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아가 부외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송금 문제로 미국 SEC로부터 약 75억 원(미화 630만 달러)의 거액 과징금까지 부과받아 회사와 주주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는 동안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방조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와 이번 판결에서 명시했듯 이사들은 부외자금 조성을 방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감시·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정치자금으로 실제 송금되지 않은 미 송금액에 대해서도 감시 의무를 저버린 책임이 명확하다. 회사를 불법과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은 어떠한 반성도 없이 승승장구했고, 특히 구현모 전 대표는 쪼개기 후원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음에도 황창규 회장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했다. 1·2심 법원이 '구체적 지시가 없었다'거나 '후원금이 회수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면서 정의 구현은 지연되었고, 당시 이사회의 거수기 행태는 이러한 비리를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1·2심의 무책임한 기각 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2019년 3월 소송 제기 후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7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소송을 이어오며 전직 경영진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온 KT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와 소액주주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비록 법원이 회사에 반환된 금액을 공제하고 법에 따른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해 최종 배상액이 회사가 입은 실질적 손해와 기업가치 훼손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경영진이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내부통제 감시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구체적 액수로 판결했다는 점은 KT 잔혹사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이번 판결이 KT에 던지는 경고는 명확하다.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이사회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단순히 과거의 일로 덮고 넘어갈 수 없다. 회사는 손해의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를 끝까지 따져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로 손해를 회수해야 하며, 동시에 같은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이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KT새노조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KT는 전직 경영진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회사 손해를 철저히 산정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구상권을 청구하고 회수하라.
하나, KT 이사회는 폐쇄적인 경영승계와 거수기 카르텔 구조를 전면 철폐하고, 경영진 비리를 실질적으로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노동이사제를 즉각 도입하라.
KT새노조는 앞으로도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와 이사회의 감시 실패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KT가 경영진의 사익 추구 도구가 아니라 조합원과 직원, 주주와 국민의 신뢰를 받는 투명하고 공정한 국민기업으로 바로 설 때까지 끝까지 감시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2026년 9월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새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