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법원에서 KT 쪼개기 후원 사건에 대해 구현모 전 사장의 횡령 무죄 판결이 나왔다.
쪼개기 후원 사건은 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을 조직적으로 우회하기 위해 임원 개인 명의를 이용한, 죄질이 매우 나쁜 범죄였다. 이번 대법원의 횡령 무죄 판결은 검찰의 기소 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품권 깡 처리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KT 이사회가 이러한 범죄에 연루된 구현모를 사장으로 선임하고, 사내이사 등 다수의 고위 임원 역시 이 사건 범죄자들로 채웠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구현모 사장 임명 당시에는 반복되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와 정권 교체 시마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악순환을 끊고 내부 출신 사장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구현모를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결국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구현모를 경질하고 김영섭 사장을 다시 낙하산 인사로 앉히는 흑역사가 반복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KT에서 다시는 이러한 범죄자가 최고경영자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KT가 정권의 전리품처럼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투입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현재 KT에는 전 정부 당시 임명된 김영섭 사장을 비롯하여 검사 출신(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특검을 함께 했던 이용복 등) 다수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최영범 등 여전히 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건재하다. 이를 위해서는 KT에 남아있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이재명 새 정부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