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이어진 기자] 최근 해킹사태를 겪은 KT가 2분기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해킹사태를 촉발했던 LTE 마케팅비가 원인이었다. 이통3사 중 가입자 이탈이 가장 심한 KT는 올 연말까지 부진을 떨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초 스마트TV 인터넷 이용 중단 사태, 개인정보 유출 등 이미지 하락으로 이 마저도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은 돈대로 썼는데 가입자 이탈은 극심
KT는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1% 성장한 5조7733억 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3717억 원, 순이익은 238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43.4% 줄었다.
KT의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LTE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KT는 2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증가한 5890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2분기 KT가 마케팅 비용으로 투입한 비용은 5142억 원이다.
LTE 마케팅 비용 증가와 함께 지난해 2분기 러시아 자회사 엔티시(NTC)를 매각한 수익 1661억 원 가량이 빠지면서 순이익도 43.4% 대폭 감소했다.
KT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지만 가입자 이탈은 이통3사 중 최고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간 KT를 떠나간 가입자 수만 39만 명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KT의 LTE 가입자는 약 150만 명으로 SK텔레콤의 410만 명, LG유플러스의 300만 명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번호이동 시장에서는 이미 LG유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이동통신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번호이동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이 43.73%, LG유플러스는 28.86%, KT는 26.91%다.
◆해킹에 추락한 이미지, 가입자들도 등 돌려
가입자 이탈로 시름하는 KT는 전사적인 LTE 마케팅을 통해 이를 만회해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기업이미지 추락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30일부터 임직원 3만2000여 명 중 인사·총무 등 영업 외 부서 직원이 LTE폰을 판매하면 5대부터 15만원씩, 최대 5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른바 ‘골든 브릿지’ 프로그램이다.
KT 관계자는 “LTE 가입자 확보를 위해 직원들의 참여를 적극 장려키로 했다”면서 “LTE폰을 판매한 직원이 퇴직 후에도 대리점을 운영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으로 3~4분기에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는 다소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킹을 통해 TM에 시달린 가입자들 중 KT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KT 가입자 이명화씨는 “약 3년간 KT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달간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라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 원인이 KT측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더 이상 KT에 남아있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며 “아직까지도 전화를 바꾸라는 TM이 종종 오고 대출받으라는 연락도 오고 있다. 약정이 끝나는 대로 다른 이동통신업체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KT 가입자 김현태 씨는 “이번 해킹사태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약정이 많이 남았지만 연내에 다른 이동통신 업체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해킹사태에 피해자 해킹 카페 인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KT해킹피해자카페는 6300여명의 회원이 모여 KT를 성토하고 있다. 현재 KT해킹피해자카페는 시민사회 단체 등과 연계해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