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74명 사망, ‘KT는 죽음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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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간 74명 사망, ‘KT는 죽음의 기업?’

                                              응답자 63% “자살충동 느꼈다”…”노동부가 전면조사해야”

 

    최근 KT와 KT 자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돌연사와 자살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KT공대위에 따르면 2007년 이래 7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공장 내 산재도 아닌 일반 업무를 하고 있는 기업에서 이렇게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T는 민영화 이후 지난 10년 간 4만4000명의 노동자 중 1만3000여 명의 노동자를 구조조정했다. 그 사이 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매년 1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남아 있는 노동자의 인건비는 내리고, 노동 강도는 강화됐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자살과 돌연사 원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KT 및 KT 자회사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 노동자 사망과 KT의 업무구조 간 연관관계를 조사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KT 및 KT 자회사 종사자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11월 21일부터 28일 동안 온라인과 지면 조사지를 통해 자기 기입 방식 등을 통해 84명의 노동자를 조사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탈진 수준 평가 △우울 수준 평가 △직무스트레스 수준 평가 △휴식 및 노동환경실태 △구조조정 방식과 이에 대한 노동자 영향 등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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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허환주)

    자살의 첫 번째 원인인 우울증 증상 심각한 수준

    가장 큰 문제는 자살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 증상이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KT 및 자회사 노동자 중 증상 완화를 위한 심리상담사와의 면담이 필요한 경우가 55명(75.5%)이나 되었다.

    또한 최근 1년 사이 자살충동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자살충동 경험을 가진 노동자는 응답자의 63%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자살시도 경험을 가진 사람도 1%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금융노동자의 자살 충동 경험 비율이 15.2%, 시도 경험이 0.6% 수준으로 나타난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자살 충동이나 시도와 관련된 이유가 압도적으로 ‘직장 내 문제’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른 회사 노동자의 경우, 개인 문제와 직장 문제가 반반의 비율로 나타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원인에는 구조조정 이후 가중된 업무강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달 평균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쉰 날을 묻는 질문에는 한 달에 4.3일이라고 노동자들은 답했다. 또한 2008년 업무량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업무량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평균 140%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대부분은 권고사직 권유를 받은 적이 있고 부당하게 직무전환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나 KT자회사로부터 소속기업 전환이나 직무전환 경험을 하게 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에도 저항하며 남아 있었기 때문(49.5%)이 가장 많았다.

    한 마디로 구조조정에 살아남았지만, 고강도 업무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그나마 일자리도 언제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자살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 스트레스, 살인적이다”

    실제 KT 및 KT 자회사 종사자 죽음에는 KT 직업 환경이 연관돼 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간 사망한 KT 노동자 사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7년 16명, 2008년 14명, 2009년 18명, 2010년 13명, 2011년 1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사망자 중 순환기계질환사망자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07년의 경우 순환기계질환사망자가 6명, 2008년 3명, 2009년 8명, 2010년 8명, 2011년 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기계질환사망은 심장마비, 중풍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다. 이런 수치는 일반인구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임상혁 소장은 “2009년~2011년까지 3년간, 마케팅사업단의 경우 13명의 순환기계사망자가, 5명의 자살자가 발생했다”며 “또한 네트워크운용단의 경우 5명의 순환기계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반면 기타 부서에서는 4명의 순환기계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마케팅사업단과 네트워크운용단의 순환기계사망자는 일반 인구의 사망자보다 더 높은 수치”라며 “노동자들의 질병이나 사망이 일반 인구집단보다 높은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만약 높게 나온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노동자 효과’에 따르면 직업상 질환 연구에서 노동자들은 일반 인구보다 전체 사망률이 더 낮게 제시된다. 그 이유는 심각하게 아프거나 계속 장애가 있는 사람이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기 때문이다.

    KT 계열사에서 종사하고 있는 A씨는 “마케팅사업단과 네트워크운용단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KT에서 사무직을 하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억지로 마케팅사업단 등에 들어가게 됐다. 그렇다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한, 언제 해고될지 몰라 매일 가슴을 졸이며 일을 하고 있다”며 “사람으로서는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전면적인 근로감독 실시해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설문조사 자체가 어렵게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수거된 결과의 양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할지라도 본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고 평가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KT 및 자회사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노동자 정신건강과 관련해 조사된 많은 연구조사 결과보다 높은 우울과 탈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의 심각한 문제는 KT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고 주장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또한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를 관망해왔던 노동부도 그 책임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KT 및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KT 관계자는 2007년 이래 74명이 사망한 것을 두고 “KT는 다른 기업에 비해 직원수가 많고 근속연수도 높다”며 “그런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68%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것을 두고도 “전체 직원을 전수조사한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허환주 기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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