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휴대폰 바꿔라” KT 강요에 불만 속출
대구에 사는 ㄱ씨는 9월 중순 KT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고객상담원’이라고 밝힌 KT 직원은 “가입 중인 2세대(G) 이동전화서비스가 곧 종료되니 3G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바꿀 마음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KT 직원은 곧바로 전화를 다시 걸어와 “지금 전환하면 휴대전화를 무료로 준다”고 3G 서비스로 바꿀 것을 재촉했다.
ㄱ씨가 다시 거절하자 세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KT 직원은 “저소득층으로 요금 할인도 받고 계시면서 왜 무료로 줄 때 전환 안 하시느냐”고 말했다. ㄱ씨는 “KT가 저소득층 요금 감면이라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독촉전화를 하고 있다”며 “모욕감과 분노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KT가 2G 휴대전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 다음주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G 서비스 폐지 승인심사를 앞두고 해당 서비스 이용 고객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KT는 이달 안에 2G 서비스 폐지 승인을 받아야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가능하다.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망 구축작업을 하면서 가입자를 끌어들이자 사정이 다급해진 것이다.
방통위는 9월 전체회의에서 KT가 제출한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접수한 뒤 “60일 이후 폐지 승인에 대한 최종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다음주 중으로 2G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KT는 “이번주 안에 방통위에 2G 서비스 폐지 승인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KT가 서비스 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2G 가입자가 적을수록 폐지 승인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KT는 전사적으로 2G 가입자들을 3G로 전환시키거나 탈퇴 또는 타사로의 번호이동을 권장하는 마케팅을 펼쳐왔다. 덕분에 올 6월 81만명이었던 2G 가입자는 최근 15만명 선으로 줄었다. 그러나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이 과정에 각종 불법·편법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KT의 과도한 2G 탈퇴 종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수십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방통위에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제출한 날에는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2G 서비스 종료가 확정됐다”는 광고를 냈다.
최근에는 일부 KT지사에서 2G 가입자들의 집전화를 끊는 방법으로 2G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T가 2G 휴대전화 가입자를 내쫓는 이유는 올해 안에 4G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2G 서비스 폐지 승인을 받아 2G 가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1.8㎓ 대역의 20㎒ 주파수를 4G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KT가 2G에 발목이 잡힌 사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26만명과 18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쟁사 모두 전국망 구축을 완료해 KT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경쟁사보다 새 이통망 서비스가 늦어지면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은 이미 3G 서비스에서 입증됐다.
폐지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논란은 남는다. 불법 논란 속에 승인을 받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다른 이통사들도 1~2년 내에 2G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며 “KT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일부 과도한 2G 서비스 탈퇴 종용이 있었지만 합법적으로 마케팅을 하도록 단속하고 있다”면서 “집전화까지 끊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