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계열사 소속 노조지부장이 전소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일 충남 공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1시40분께 충남 공주시 탄천면 한 도로가에서 KTcs 노조지부장 전모(50)씨가 불에 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차량 안에서 발견된 소지품 등을 통해 시신이 전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승용차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져 있는 것 등을 비추어 볼 때 사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과수에 DNA 감식을 의뢰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직 거부하자 이곳 저곳으로 팔려다닌 KT 노동자들
KTcs 노조지부장 전모(50)씨의 죽음 이면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한 후 비정규직화한 KT가 있다.
전모씨의 사망사건은 KT그룹 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발단은 KT에서 시작됐다. KT는 전씨를 비롯해 명예퇴직 노동자들을 3년 고용보장으로 계열사로 이동시켰지만 3년 후 이들의 업무를 KT 본사로 편입시켰다. 이와 함께 전환 배치 당시 고용보장을 약속했지만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편입시켰다.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KT에서 명예퇴직한 인원은 500여명이다. 이들은 2008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년에 걸쳐 3개월 단위로 순차적으로 퇴사했다.
정규직이었던 이들은 3년 고용보장과 KT 재직 당시 임금의 70%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계열사인 (주)케이에스콜·(주)코스앤씨·(주)한국콜센터·(주)티엠월드로 전적했다. 2009년 (주)케이에스콜과 (주)코스앤씨는 KTis로 (주)한국콜센터와 (주)티엠월드는 KTcs로 통합됐다.
KTis와 KTcs는 올해 6월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전적 노동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KT 계열사 노동자 25명을 상대로 사직종용 실태를 조사한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는 “2008년 전적 당시 근로계약서를 보면 (주)코스엔씨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3년이 아닌 ‘퇴직시까지’로 돼 있다”며 “근로계약 당시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3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자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콜센터업무로 발령이 났거나 교육을 받고 있다.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KTcs 노조지부장 전모씨는 KT 부여지사 기술팀에서 20여년을 근무했다. 이후 2008년 명예퇴직한 이후 계열사인 KTcs부여 플라자센터에서 고충처리업무를 담당했다. KTcs는 올해 6월 “3년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KT 본사에서 고충처리업무를 회수했다”라며 명예퇴직후 전직한 노동자들이 사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KTcs 노동자들은 7월 희망연대노조 케이티씨에스 지부를 설립했다. 이후 전 지부장은 초대 지부장을 맡았다.
그러자 KTcs 사측은 지난 6월22일부터 사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대전으로 발령냈다. 이와 함께 업무전환 교육을 실시했다.
한 달 후 KTcs 사측은 이들을 대전에 소재한 충남 100번 콜센터로 발령을 냈다. 전 지부장은 지난달 28일 회사로부터 직무.임금조정 확인서를 내용증명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용은 이달부터 100번콜 상담원으로 배치되고 기본급 90만2천880원에 역량수당과 성과수당·기타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전 지부장을 비롯한 전직자들은 KT에서 근무할 당시 임금의 70%를 받아 왔지만, 100번콜 상담원으로 가면 다시 임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 지부장은 유가족에게 전보에 따른 임금 삭감에 대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전 지부장은 100번콜 상담원으로 정식 발령을 받은 뒤 첫 출근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노조관계자는 “전씨를 비롯 권고사직에 거부한 직원들을 콜센터 등으로 일방적인 파견을 회사측이 자행했다”라며 “임금 삭감은 물론 노조 교섭에도 회사측이 전혀 응하지 않아 지부장의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