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KT, 임기말 이석채 회장 갑갑하네~
김현준 기자 (realpeace@csnews.co.kr) 2011-08-19 09:09:08
잘 나가던 KT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지며 이석채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데다 무분별한 인력퇴출로 인한 시민·노동단체로부터의 비난이 들끓자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임기가 끝나고 주요 경제부처 수장 발탁설도 돌고 있지만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잡혀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 연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오는 12월 말 임기를 마치는 이 회장이 현재 위기를 뚫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 내외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는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KT가 2분기에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3천428억원, 4천324억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5.9%나 감소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5조4천억원, 7천억원에 비해서도 각각 1%, 38.2% 못 미치는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당과금제 도입 및 매출 할인 요금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작용하며 통화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3% 감소한 것과 인터넷 전화로 대체되고 있는 유선전화 매출액이 14.5% 줄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하반기가 되더라도 급격한 실적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 실제로 컨퍼런스콜에 참석했던 김연학 KT 전무(CFO)는 “하반기 강력한 비용통제를 통해 지난해 수준의 이익을 내려고 하겠으나, 요금인하 계획이 있을 뿐 아니라 2G 가입자 철거 비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12월이 임기만료인 이 회장으로서는 하필 자신의 임기 말에 실적 부진을 겪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민·노동단체로부터 뭇매 맞는 인건비 절감책
KT의 2분기 수익성 하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임금 및 지급수수료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증가한 인건비가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과거 공기업이었던 탓에 누적된 조직과 인력 다이어트는 이 회장에게 시급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방법론을 둘러싸고 시민. 노동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 단체는 18일에도 KT가 반강제적인 명예퇴직 조건으로 500여 명의 노동자들을 계열사 고충처리업무(VOC) 계약직으로 전환시킨 후 현재에 와서 3년 계약기간 만료라는 이유를 들어 사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4월에는 KT 본사에서 내려온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을 통해 퇴출대상자를 관리해왔다는 반기룡씨가 “KT가 연간 550명의 목표를 정해 인력을 퇴출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공기업이었던 전력 탓에 비대한 몸집을 가졌던 KT로서는 분명 인력감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 회장이 자신의 임기 동안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도 재정적으로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여론의 뭇매만 맞는 현 상황이 답답할 것”이라 전했다.
▲ 명분·실리 모두 잃은 통신비 인하
지난 11일 KT는 기본료 월 1천원인하 및 무료문자 50건을 골자로 하는 무선통신요금 인하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SK텔레콤이 방통위와 협의를 거쳐 내놓은 인하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SK텔레콤이 통신비 인하안을 내놓은 직후 거세진 시민단체와 정부의 동참 요구에 대해 이 회장은 그동안 “CEO로서 회사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라며 완강히 거부해왔다. 실제로 2분기 말 누적 기준으로 1천678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KT가 기본료 1천원 인하에 동참할 경우 연간 2천14억원 가량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텔레콤과 동일한 수준의 통신비 인하를 결정하게 되면서 그동안 방통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가져갔던 명분도 잃고 수익 감소로 인해 실리도 잃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초당과금제 도입 때는 SK텔레콤보다 9개월 늦게 도입하며 실제적인 이득이라도 챙겼었다”라며 “규제산업인 통신업을 하면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방통위와 대립각을 세웠으면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남은 꼴”이라고 전했다.
▲내우외환의 이석채 회장, 연임은?
올 들어 크고 작은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올해 12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때마다 묻는 연임 여부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확답을 피해왔다. 하지만 KT 내부에서는 “그동안 KT의 혁신을 주도해온 이 회장의 연임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있었던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그룹 매출 40조원 달성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2년 전 KT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KTF와의 합병을 단행하고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KT의 눈부신 성장에 밑거름이 돼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임기 말 처음으로 맞이한 내우외환의 위기를 뚫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 회장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