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불법 파견’ KT스카이라이프, 새해엔 ‘직접 고용’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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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총수 맥주파티前 “고용할테니 집회 철회해달라 “들어줬지만 결국 외면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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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에서 3년간 4번의 쪼개기 계약 끝에 부당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국 차가운 새해를 맞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스카이라이프의 이런 행위를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고 ‘직접 고용’ 지시를 내렸지만, 시정기한 한 달이 넘고, 해마저 바뀌었지만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태료를 내고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KT스카이라이프의 최고 결정권자였던 이남기 사장도 사임했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새해는 밝았지만, 이들에게 햇살은 여전히 시리기만 하다.

◇ KT스카이라이프에서 무슨 일이? 3년간 ‘4번 쪼개기’ 계약 끝에 해고

염동선(37), 김선호(32)씨는 지난 2014년 5월 KT스카이라이프 무선사업팀에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정작 계약서에는 KT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의 또 다른 계열사 케이티스(KTIS)가 ‘갑’에 명시됐다.

KT스카이라이프 작업복을 입고 일한 염 씨와 김 씨는 당혹스러웠다. KT스카이라이프와 케이티스가 도급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케이티스가 이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하는 일은 같고, 이듬해부터는 KT스카이라이프 소속으로 될 것이란 사측 설명을 굳게 믿고 도장을 찍었다. 

실제 2015년 1월에는 KT스카이라이프와 두 번째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후 1년이 지나 계약만료 시점이 찾아왔다. 이번엔 프리랜서로 돌려졌다. 4개월 뒤엔 또 케이티스 소속으로 도급 계약을 했다. 그리고 계약 만료일인 지난 4월 30일 결국 해고당했다. 

◇ “KT스카이라이프 불법파견 사실 알았다” 국감서 증거 쏟아져

케이티스 8개월, 스카이라이프 12개월, 프리랜서 4개월, 케이티스 12개월. 3년간 4번의 쪼개기 계약이었다. 현행노동법상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게 KT 새노조 스카이라이프지회 측의 주장이다. 

3년간 일하는 동안 업무지시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서만 받았다. 케이티에스에는 가본 적도 없다. KT스카이라이프 사원증에는 ID와 사원번호까지 찍혀 있다. KT스카이라이프 작업복을 입었다. 급여명세서에도 소속은 ‘스카이라이프’로 나와 있다.

노동 시간도, 강도도 정규직보다 훨씬 셌지만 참았다. 정규직은 6시면 대부분 칼퇴근이다. 야근하는 직원은 대부분 도급이라 보면 될 정도다. 

재계약 여부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일종의 ‘희망 고문’ 때문이다. 연장근로 시간까지 계약서에 포함해서 연봉을 정한다. 처음엔 연봉 2400만 원에 주 40시간을 얘기하다, 막상 도장을 찍을 때는 ‘주 50시간 이상까지 연장 근로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들고 온다. 계약하지 않으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하니, 대부분은 계약하지 않을 수 없다.

염 씨에 따르면 계약일마저 지켜진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월급날이 다 돼 소급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월급을 받고 남아있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계약기간 동안 “정규직 TO가 생길 것”이라며 실적 압박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염 씨와 김 씨의 주장처럼 불법 파견 증거도 쏟아졌다. 

2016년 7월 케이티스 인사담당자 A 씨는 자사 소속이던 염 씨와 김 씨에게 원청인 KT스카이라이프가 업무를 지시하고 전체 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그는 “스카이라이프가 여기(케이티스) 직원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업무분장을) 했다는 게 나는 너무 기분 나쁘다”면서 “이건 위장도급이라고 항의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케이티스 소속 염씨와 김씨가 KT정보 보호 서약서에 KT스카이라이프 직원으로 서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A 씨는 “회사 소속이 어딘데 이걸 쓰고 있어? 왜 소속이 스카이라이프야?”라고 지적했던 녹취록도 공개됐다.

◇靑, 대기업 총수 맥주 파티 前 “고용 면담할테니 집회 철회” 요청

이들은 지난 5월 쫓겨난 뒤 회사로 출근하며 부당해고를 고발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KT스카이라이프는 염 씨와 김 씨를 ‘재고용’을 미끼로 접근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는 게 염 씨의 주장이다.

그는 “사용자 측과 총 6번의 미팅을 했고, 6월 초 직접 고용 직전까지 갔다”면서 “입사지원서를 달라고 해서 이력서와 경력 증빙을 제출하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마무리 단계만 남아있는 상황인데 갑작스레 무산됐다. 

염씨가 지금까지 후회하며 가슴을 치는 것은 지난 8월에 말 문재인 대통령과 황창규 KT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의 청와대 맥주 파티 때다.

직접 고용이 무산된 뒤 연락이 없던 KT 스카이라이프 측 고위 관계자들이 “(고용)대화를 재개할 것이니 집회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두 딸과 가정이 있는 염 씨와 청각 장애인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10년째 사귄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뒀던 김 씨는 고용이 더 절실했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 측의 요청을 들어줬다. 그러나 또다시 기다려달라는 말만 나왔다. “우리는 타이밍을 놓쳤고 사측은 고비를 넘겼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 고용부, 해고자 직접 고용 명령에도…시정 기한 3주 지나도록 접촉도 없어

지난해 11월 23일 고용노동부는 KT스카이라이프에 해고자 2명을 12월 15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시정기한 2주가 지나고 해가 넘기도록 사측은 부당 해고자들에 대한 접촉조차 없는 상태다. 

현재 이남기 전 사장은 불법파견 문제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검찰 기소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진 어떤 입장을 드리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이행강제금을 내고 정부의 시정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메긴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 총 2000만 원은 대기업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돈에 불과하다.

이들이 직접 고용되는 선례를 남기는 게 스카이라이프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도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할 경우 8000여 명에 달하는 사내 비정규직도 정규직화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은 염 씨나 김 씨처럼 대개 파견이나 도급이여서 공식 통계에 잡히진 않는 것도 상당하다. 

염 씨와 김 씨는 당장 생계가 막막하지만 담담하게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이런 쪼개기 계약 끝에 거리로 내몰리는 또다 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희 사례를 시작으로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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