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과점상태..경쟁 활발하지 않아”
겉모습은 경쟁체제인데 실제로는 경쟁 안해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이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에 빠진 것으로 진단됐다. 시장 자율에 맡겨서는 개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을 이행하는 방안으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시장 구조로 볼 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2016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과점 상태로 ‘경쟁이 활발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됐다. 이통통신 사업자간 요금 경쟁 역시 제한적인 상태로 나타났다.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시장을 과점해 이용자 편익을 높여주는 요금·품질·고객서비스 경쟁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평가 근거로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고, 1위와 2·3위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및 영업이익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시장집중도(HHI)가 높고, 사업자 간 요금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꼽았다. 4위 이하 사업자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크지 않은 점도 경쟁 활성화를 저해하고 기대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에스케이텔레콤의 가입자점유율은 49.5%, 매출점유율은 49.7%로 각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평균보다 6.4%포인트와 4.9%포인트 높다. 1위와 2위(케이티(KT)) 사업자 간 가입자점유율 격차는 18.6%포인트, 매출점유율은 21.2%포인트로 각각 오이시디 평균치(각각 11.5%포인트, 13.9%포인트)보다 크다. 우리나라 1·2위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격차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집중도는 3752로, 역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3531)보다 6.3% 높다.
보고서는 “특히 1위와 2·3위 사업자 간 영업이익 격차가 큰 게 투자 및 요금 인하 여력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통신 3사의 실적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 3사 모두 해마다 통신망 고도화 투자와 마케팅비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고, 사업자 간 가입자 이동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영업이익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장집중도와 1·2위 사업자 시장점유율 격차 등 일부 항목에서 소폭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경쟁에 따른 게 아닌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결과로 분석했다. 시장 자율에 맡겨둬서는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인위적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이 내려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맥락이 다르다.
보고서는 이어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 과점 상황을 깨야 하는데, 진입장벽이 큰 시장의 특성 탓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재정적 능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지금은 신규 사업자 허가 무용론까지 대두된 상태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사실상 사업자 간 경쟁을 ‘관리’해왔다.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5개이던 사업자를 3개로 통폐합했고, 이후에도 후발 사업자가 파격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거나 마케팅을 벌이려고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의 한 교수는 “그동안 정부 정책은 경쟁 활성화보다 경쟁을 관리하는 쪽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유효경쟁 및 소비자 편익 증진을 목표로 삼아야 할 정책이 ‘사업자 보호’라는 함정에 빠지면서 경쟁은 실종되고 시장 구조는 독과점 상태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구조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아 해결책을 내놔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상태로 방치하면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투자는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로는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미래 먹거리 확보와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이게 ‘배당 잔치’가 아닌 투자로 돌려져 전후방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의 통신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1위 사업자를 쪼개라고 할 수는 없으니 파워풀한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3사의 독과점 상태를 깨야 한다. 정책적으로 최고 품질의 유선망을 가진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을 참여시켜 유선 기반을 갖추게 하고,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몰아주면서 기존 이동통신망을 로밍해 쓸 수 있게 하면, 일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수준의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중인 국외 기업들의 투자까지 받는 신규 사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One Comment on “한겨레- 통신요금 왜 안 내리냐고요?”
1위와 2위 사업자간 영업이익 격차가 너무 크다는게 원인 중 하나로 나오는데,
SK가 저임금 간접고용을 너무 남용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왜? 지적을 못할까요
노동문제의 핵심을 비껴난 보고서에 기반한 정부 처방은 반드시 또 실패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