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기각]
– 법조계, 수사 시스템 문제 제기
자원개발·농협·포스코·KT&G… 대부분 불구속이나 무죄로 끝나
먼지떨이식·하명 수사 논란 자초
최근 2~3년 사이 검찰이 ‘기업 수사’를 벌일 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작년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시작된 자원 개발 비리 수사는 시작부터 ‘하명(下命) 수사’ 시비에 휘말렸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총리)을 배석시킨 가운데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시작된 이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을 불렀다. 그 여파로 이 전 총리가 물러나고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제 발등 찍기 수사’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나랏돈 수천억원을 탕진했다며 기소했으나 강 전 사장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슷한 시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들이 총동원돼 일제히 시작된 농협·포스코·KT&G에 대한 수사는 이명박 정권과 가까운 기업인들에 대한 ‘찍어내기 수사’ ‘보복 수사’라는 말을 들었다. 5개월간 진행된 농협 수사는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기소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8개월간 지속된 포스코 수사 당시 검찰 관계자는 “국민 기업 포스코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10개월간 이어진 KT&G 수사에서 검찰은 민영진 전 사장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민 전 사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3년 당시 KT 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퇴를 거부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그해 10월 KT 본사 등 16군데 압수 수색으로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다. 회사 사옥은 물론 임직원들의 집 등 40여 곳이 압수 수색을 당했다.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임직원이 70여 명, 소환 조사 횟수는 200차례가 넘었다. 이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11억원 횡령만 인정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검찰 수뇌부는 “환부(患部)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식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선 이 말이 통하지 않았다. 고검장을 지낸 변호사는 “특수 수사의 기본 원칙은 치밀한 내사(內査)를 통해 범죄 단서를 충분히 확보한 뒤 진술이나 압박보다는 증거로 승부를 내는 것”이라며 “지금 검찰의 수사를 보면 이런 기본 원칙은 무너지고 ‘이래도 안 불래?’라는 오기(傲氣)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나 법리(法理)보다 여론몰이식 보여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그럴수록 수사가 어떤 의도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