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 발주취소, 결국 코스닥서 퇴출… KT “과징금 억울”
▲ 황창규 KT 회장 |
중소기업 부당발주 취소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은 KT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과징금 20억원 취소 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KT가㈜엔스퍼트와 맺은 태블릿 PC ‘케이패드(K-PAD)’ 위탁계약에서 수급사업자의 책임사유가 없음에도 임의로 취소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KT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4일 황창규 KT 회장은 ‘1등 파트너’로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다짐했다. KT의‘이중성’도 함께 부각됐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상장 폐지로 내몰고 협력사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KT의 두 얼굴이 드러난 것.
제조위탁 후 ‘먹튀’ 논란
이들 법정다툼의 발단은 2010년, KT가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엔스퍼트에 태블릿PC 케이패드 17만대 제조를 위탁하면서 시작됐다.
케이패드는 국내 최초의 태블릿PC였다. 당시 출시가격은 대당 38만원. 60만원 정도인 삼성 갤럭시탭, 애플의 아이패드(i-Pad)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KT는 아이패드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삼성 갤럭시탭을 내놓기 전에 저사양 태블릿 PC로 맞서려 한 것. KT는 엔스퍼트를 재촉, 갤럭시 탭이 출시되기 수십일 전에 케이패드를 선보여 소비자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20만대 출시를 계획하고 초도 물량으로 3만대(60억원)를 제조 위탁한 뒤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춰 17만대(510억원)를 다시 위탁했다.
하지만 KT 등쌀에 떠밀려 촉박하게 완성된 신제품은 불량품이 속출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KT는 제품하자와 검수 미통과 등을 이유로 돌연 17만대에 대한 발주를 미뤘다. 급기야2011년 3월에는 계약을 무효화하는 계약을 맺었다. 부당한 발주취소로 인한 제품 제조 비용은 고스란히 엔스퍼트의 몫이 됐다. 특히 KT는 다른 태블릿PC(E301K) 4만대를 주문하면서 ‘기존에 발주한 17만대(510억원)의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2009년 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엔스퍼트는 2010년 20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엔 적자폭이 428억원으로 커졌다. 2012년 6월, 결국 상장폐지 됐다.
뒤늦은 과징금 ‘21억원’
공정위는 KT가 발주를 취소할 정도로 엔스퍼트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KT가 주장하는 제품 결함은 상당 부분 안드로이드 시스템 문제로 삼성 갤럭시탭에도 유사하게 나타났고 납기 전에 상당 부분 개선됐다. KT가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해 검수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 통과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또 KT가 엔스퍼트에 요구한 무효화 계약을 진정한 합의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매출의 45%를 KT에 의존하는 구조상 엔스퍼트가 KT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1년 11월 이창석 엔스퍼트 사장이 KT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2012년 5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심의절차를 종결했다. 이 사장은 다음달 재조사를 신청했으나 이미 회사는 상장폐지된 상태였다.공정위는 2014년 6월 뒤늦게 20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는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벌였지만 최근 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제기2년 만이다.
법원 역시 KT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도 될 만큼 케이패드의 하자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엔스퍼트가 케이패드를 개발하고 납품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짧았다는 것에 집중했다. KT의 요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가 KT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주목하는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은 24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파트너스 페어 2016’에서 협력사들과의 동행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글로벌 5G 시대를 주도하고,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KT의 목표는 협력사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며 “1등 파트너로서 KT는 협력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 협업하는 동반성장을 통해 ‘글로벌 1등’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유망 중소 기업을 짓밟은 KT의 자칭 ‘1등 파트너’ 언급에 업계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백서원 기자 ron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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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