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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현장③] KT 설치기사는 왜 호신용 스프레이를 든 머슴이 됐나

기사승인 2017.09.21  09:51:50

 

– 일일 10건 이상 처리…서비스 품질도, 직원의 안전도 보장 못해
“장대비 그치면 더 무섭다” 감전 위험 알고도 전신주 올라
‘상이한 사은품’ 기울어진 판촉경쟁 압박은 민원 유발

 
[CCTV뉴스=최진영 기자] “하루에 13건 정도 스케줄을 소화한다. 이동시간과 수리시간을 포함하면 미친듯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홍성수씨는 KT 인터넷의 설치와 수리 업무를 한다. KT의 자회사인 KTS 북부 소속의 과장이다.

애석하게도 홍성수 과장이 들려준 KT 인터넷 설치기사의 상황은 ‘머슴’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KT는 잘못된 표현으로 오해를 사거나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장의 기사들의 처지가 머슴인 것을 알고도 호신용 스프레이를 쥐어줬다.

고객입장에서 사용중인 인터넷이 현장 기사들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라면 전혀 유쾌할 리 없어 보인다.

☐ 살인적인 업무량에 품질은 뒷전

홍 과장은 하루 동안 대개 13곳 이상의 현장을 방문한다. 8시간 근무 중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고객 한 명에게 소요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40분. 이동시간과 수리시간을 포함한 숫자다. 그나마 수리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는 허탕이고 업무성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기사들이 바쁜 이유는 KT 인터넷의 고장이 큰 원인이다. 때문에 고객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빠르게 처리해드리고 싶다는 생각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 주어진 시간은 빠듯한데 오랜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한 현장을 마주하면 한숨이 나온다.

이런 사정을 고객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다. 고객의 불만을 대책 없이 듣기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는 “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의 책임은 기사에게 있다. 민원이 발생하면 사유서는 기본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고객센터 상담과정에서 현장 기사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을 알고도 발걸음 하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긴급방문요청은 기사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미 포화상태인 스케줄을 조정해 고객에 긴급방문요청에 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상세이력이 많고 강성 민원인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현장 기사에게 큰 부담이다.

홍 과장은 “빠르게 처리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하루 업무를 시작하면서 스케줄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늦게 오는 건 좋다. 하지만 와서 보이면 가만 안둔다. 눈에 보이는 순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고객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의 긴급방문요청은 목소리 작은 고객을 한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큰소리 내는 고객은 공식적으로 새치기를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현장 기사를 충원하는 것이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법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KT가 자랑했던 수 많은 퓨처스타들은 KTS의 박봉과 업무량에 치여 떠나갔다.

KT라는 간판을 보고 퓨처스타를 자청했던 이들에게 주어진 KTS의 임금 수준은 참담했을지 모른다. KTS는 남부와 북부라는 회사로 나눠져 있는데 임금협상도 별개로 진행한다. 올해는 최저임금에 맞춰 150만원 안팎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실적을 포함해야 간신히 200만원에 가까워진다.

홍 과장은 “기존 기사들도 희망도 비전을 못 보고 있는 상황이다. 퓨처스타를 통해 KTS에 온 청년들에게 밝은 미래를 위해 다같이 버티자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 6시 이전에 그치는 비가 야속하다

악천후. 기자는 비가 오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 기사에게 악천후가 주는 느낌은 ‘불안하다’로 표현된다.

KT는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과 다르게 전화시설들이 습기에 민감하다. 때문에 전화선이 있는 KT 기사들은 비오는 날이면 더욱 고생하게 된다.

 

홍 과장은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한다”며 “비가 퍼부으면 안올라가도 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비가 오다가 그쳤을 때다”라고 말했다.

비가 그친 뒤 전신주에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감전의 위험이 굉장히 높기 때문인데 업무시간 내에 날씨가 잠잠해지면 울며 겨자먹기로 전신주에 올라야 한다.

하물며 9월 6일 전북 순창에서 발생한 고 최근송씨(KTS 남부)는 우천시에 작업을 했다. 현장 기사들이 감전의 위험을 알고도 전신주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 과장은 “전북 순창 사고도 지표에 쫓기다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24시간이내 처리’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는 고객이 민원을 제기할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처리해야한다”며 “편법을 쓰지 않는 이상 지키기 어렵다. 물론 다음으로 미룰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고 답했다.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은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원청인 KT나 고용주인 KTS의 대처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사고 이후 별다른 대처가 없었던 KTS 남부에서는 최근 현장 기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사들이 문자를 받은 날은 비가 왔다.

“우중작업 조심. 안전모 꼭 착용.” 감전사고에서 안전모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사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사측이 악천후에 대처하는 자세만이 아니다.

홍 과장은 “충주사건이 발생한 이후 잠깐이지만 현장 기사에 대한 신변위협을 가할 수 있는 고객군을 전산에 등록하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산 작업은 어떤 효과를 가졌을까. 오히려 현장 기사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해당 고객군에 포함된 고객의 방문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를 알고도 벨을 눌러야 했던 기사들의 심정은 암담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측은 현장 기사들에게 호신용스프레이를 쥐어줬다. 홍 과장은 “준다고 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뒷감당을 어찌 할 수 있겠나. 그리고 1인당 한개도 아니고 지점별로 몇 개를 할당했다”고 헛웃음을 쳤다.

 민원이 발생하는 필연적 구조

홍 과장은 무분별한 인터넷 유치를 민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산에서는 광랜, 기가인터넷 등 특정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홍 과장은 “해당 상품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터넷 속도로 민원이 발생하면 이를 현장 기사에게 따진다. 엄밀히 따지면 영업유치를 잘못한 경우가 많다”며 “모델까지는 제 속도가 나온다. 댁내까지 속도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에 따르면 고객이 꼭 쓰고 싶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장을 모르는 상황에서 영업유치부서가 설치 완료를 압박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 8월 KT세종지점에서는 KT 인터넷 설치기사를 머슴으로 비하하는 홍보물을 배포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현장 기사들은 영업유치 경쟁도 벌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말이다. 영업유치부서나 대리점에서 가입을 빌미로 제공하는 사은품은 현장 기사들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때문에 현장 기사를 통한 가입 건은 탈이 생기기 마련이다. 홍 과장은 “현장 기사들은 10만 원 상당의 사은품도 제공 못한다. 대리점에 가면 이에 몇 배를 준다”며 “고객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말한다. 알고도 속였다고 볼 수 있으니 고객에게 비는 방법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사측은 차이를 두는 이유에 대해 접점이기 때문에 판매 기회가 많다는 엉뚱한 설명을 한다. 올해 7월까지는 현장 기사들에게도 실적 목표가 존재했다. 상품판매 실적을 포인트로 계산하고 3포인트를 넘지 못하면 실적급에서 차감했다. 사라졌다고 안심하긴 힘들다. ’24시간이내 처리’ 평가 지표가 한 달간 사라졌다가 다시 생겼던 것처럼 상품판매 실적 지표가 다시 개설된다고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홍 과장은 “KTS새노조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답고 싶어서’다. 많은 현장 기사분들이 연락해오고 있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며 “힘들때 힘들다고 말하고, 고생한 만큼 받고 싶다”고 표현했다.

최진영 기자 jychoi@cc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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