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인터넷이 느려서…” KT 명퇴자의 비극적인 34번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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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느려서…” KT 명퇴자의 비극적인 34번째 죽음

‘밧줄절단’에 이어 이번엔 “인터넷 속도 느리다” AS기사 흉기로 살해
하던 일은 그대로 인데…2014년 명퇴 후 자회사 입사해 일하다 봉변

등록 2017.06.19 10:03수정 2017.06.19 10:03

▲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인터넷수리기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 충북인뉴스

정규직에서 반 토막난 삶이었지만 지켜야 할 가정이 있기에 주 6일을 일하며 아등바등 버텨온 삶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경남 양산 ‘밧줄 절단’ 살해사건에 이어 어처구니 없는 ‘묻지마 살인’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살해된 A씨는 2014년 4월 진행된 8000여명의 KT 명예퇴직자의 한명으로 대학생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출동한 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B(55)씨는 수리기사 A(52)씨가 집에 들어서자 마자 말싸움을 걸었고 바로 집에 있던 흉기를 사용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16일 오전 10시 인터넷 수리를 위해 자신의 원룸을 방문한 A씨에게 “당신도 갑질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시비를 걸었다.

 

B씨는 이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집안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어 A씨를 공격했다. 끔찍한 살인사건은 단 몇 분 정도의 짧은 순간에 이뤄졌다. 흉기에 찔린 A씨가 간신히 B씨의 원룸에서 빠져나와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를 연행해 18일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래전부터 해당 업체에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집에 찾아온 A씨의 태도도 문제가 있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산되는 공포 ‘묻지마 살인’

살인을 저지른 B씨는 인터넷 수리기사들 사이에선 기피대상인 ‘진상고객’으로 유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료이자 인터넷 설치‧수리기사인 F씨는 “B씨는 민원을 자주 제기하고 언행이 과격해 동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며 “웬만하면 안 가고 싶은 고객이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밝힌 살인 동기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분노가 쌓여 있었다는 것.

혼자 원룸에 사는 50대 후반의 B씨는 평소 인터넷 속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해당 업체가 고의로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제공한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B씨의 살해동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을 접한 전문가들은 지난 8일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밧줄절단’ 살해사건처럼 B씨의 범행도 분노조절장애에 따른 범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가슴 속에 쌓여 있는 화를 감정을 자극하는 순간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경남 양산의 ‘밧줄절단’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작업을 하던 작업자 C 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후 옥상으로 올라가 준비한 칼로 밧줄을 끊었다.

13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C씨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C 씨는 아내와 고교 2학년생부터 27개월 된 아이까지 5남매를 혼자서 책임진 가장으로 알려져 슬품을 더했다.

명퇴…명예로운 퇴직?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가 된 A씨도 밧줄절단 살해사건의 희생자 C씨처럼 평범한 가장이었다. A씨는 KT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재직하다 2014년 명예퇴직 했다.

KT를 퇴사한 A씨가 선택한 인생 2모작 출발지는 도로 KT였다. A씨는 퇴사 한지 한달 만에 다시 KT의 자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이 회사에 입사해 맡은 업무는 인터넷 서비스 개통과 AS 업무였다. 그리고 휴대폰과 인터넷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업무도 함께 수행했다.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이 일은 A씨가 KT에 재직할 때 하던 일이었다.

하던 일은 비슷았지만 그의 가족에 따르면 임금은 절반으로 줄고 일은 오히려 더 늘었다. A씨의 유족에 따르면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주 동안 6일을 근무했다.

근무시간도 길었다. 아침 7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저녁 7~8시까지 일을 했다.

A씨의 매형 D씨는 “처남은 토요일 가족 모임이 있으면 참석하지 못하거나 밤 늦게야 왔다”며 “처남 때문에 가족 모임을 일요일에 많이 잡았다”고 말했다.

KT에 재직할 때 보다 일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월급은 1/2로 줄었다. A씨의 부인은 “남편의 한 달 월급은 영업수당까지 다 포함해야 230만원 정도 됐다. 3년 전에는 이보다 더 적었다”며 “KT에 다닐 때 받던 월급의 1/2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KT를 명예퇴직하고 말았을까? 2014년 4월 30일 KT는 A씨를 포함해 8304명의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했다.

명예퇴직에 앞서 KT 노사는 그해 4월 8일 정규직이 담당하던 ‘Mass’영업, 개통/AS업무, 창구plaza 등을 폐지하는데 합의했다. 또 대학학자금 지원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명퇴제도 폐지 등에 노사 합의했다.

또 “종사원의 요구를 반영하고 직원들의 새로운 인생기회를 부여하기 위한다”며 특별명예퇴직을 시항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A씨의 매형 D씨는 “두 가지 측면이 있던 것 같다. 처남이 회사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기술직군 인데 영업활동까지 했다. 그때 명예퇴직을 시행하는데 압박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렇게 힘들어 하던던 차에 명퇴를 하면 웃돈을 더 주니 ‘차라리 잘됐다’며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처남이 KT를 떠났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새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평생 한 것이 이 일인데 먹고 살아야 하고 얘들 대학 보내야 하니 월급은 적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회사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 “KT가 조문이라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

KT가 A씨를 포함 8034명의 직원을 상대로 시행한 2014년 4월 30일 명예퇴직의 근거가 된 노사합의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KT 노조의 조합원 E씨는 “당시 조합원 동의 없이 노조가 직권 조인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재직 조합원에게는 30만원을 배상하고, 퇴직 조합원에게는 2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본보가 법원의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법원은 당시 노사합의가 노조법과 규약을 위반해 이뤄진 점을 인정해 손해배상 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위 민사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씨의 유족은 “KT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야야 한다”며 서운함 감정을 표했다.

A씨의 유족 D씨는 “처남이 자회사에 근무했지만 KT의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라며 “살인 동기가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란 불만이었다고 한다. 처남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적어도 KT와 관련된 일을 하다 발생했으면 직접 내려와서 조문하고 사태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오늘(18일) 오전에 KT에 대한 면담요청을 했다. 하지만 오후 현재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서운하다. KT가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KT민주동지회에 따르면 2014년 명예 퇴직자 8034명 중 퇴직 후에 정년인 58세 이하 시기에 총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요인으로는 간암이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고 자살자도 여러 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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