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부인…’국정 농단’ 재판 장기화 전망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부인…’국정 농단’ 재판 장기화 전망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국정 농단 사건은 시작부터 복잡한 진실 공방을 예고했다. 최순실씨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에 대한 재판도 박 전 대통령의 진술과 태도에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지루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3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라 기소된 게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18가지 혐의의 관련성을 모두 차단했다. 그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도 최순실씨와 공모를 하거나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 SK와 롯데에 뇌물을 요구하거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에도 공세적이었다. 유 변호사는 “증거 상당수가 언론 기사로 돼 있는데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기사를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 이런 논리면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의 속도도 문제 삼았다.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이 “공소사실이 많은데 모든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쟁점도 다양하다”며 “가능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사를 해 기록 파악이 끝난 상태이지만 변호인은 12만 쪽이 넘는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 접견과 재판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6~7월까지는 최대 세 차례씩만 재판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첫 재판부터 재판 진행에 제동을 걸면서 관련자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 제출한 153명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모두 부동의 했다.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검찰은 진술자를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신문해야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법정에서의 진실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방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문화ㆍ체육 재단 설립 기획서를 작성했다고 한다”며 재단 설립 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또 “청와대 기밀문건 유출 혐의도 (정 전 비서관에게) 연설문 표현에 대한 의견을 최씨로부터 들으라고 한 적은 있지만 정부 인사 관련 문서 등을 유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책임을 돌렸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 출석했던 포스코 권오준 회장, KT 황창규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재판에 다시 나오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은택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박 전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피고인들의 선고 시기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과 차씨 등의 결심을 미루면서 “공범 중 한 명에 대해서만 먼저 결과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행법상 1심 구속시한이 6개월이어서 장시호씨 등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피고인들은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집중 심리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일(10월 16일) 전까지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총수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 등 재판이 진행될 수록 변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부인…’국정 농단’ 재판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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