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황창규 KT 회장 사과는 ‘진심’일까

 

김재섭 입력 2017.04.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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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공식 사과한 것은 높게 평가할만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빠져 진정성 의심
1분기 호실적 황 회장 역량으로 돌린 것도 뒷말

[한겨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주주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일관되고 투명한 경영활동을 위해 임직원과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감대를 확보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겠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부역한 것과 관련해 최근 공식 사과했다. 황 회장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회삿돈 18억원을 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을 광고책임자로 임명하고, 최순실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황 회장은 2015년 3월 케이티 회장으로 취임한 뒤 올 3월 연임했다. 그는 국정농단 부역 사실이 드러나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도 이를 무릅쓰고 연임에 도전해 성공했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

늦긴 했지만 공식 사과한 점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황 회장의 사과를 진심이라고 볼 수 있느냐다. 진심이 아니면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라는 약속도 믿을 수 없어서다. 황 회장이 사과할 때 언론의 접근은 차단됐다. 케이티 홍보실이 보도자료로 황 회장의 사과 발언 내용을 언론에 전했는데, 무엇을 사과하는지가 없다. 반성문으로 치면, ‘기본’조차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황 회장 자신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투명한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지배구조 탓에 안됐다고 ‘변명’하는 것으로 읽히기까지 한다.

더욱이 그는 이미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저버린 전력이 있다. 그는 2015년 케이티 회장으로 취임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논란이 됐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청와대나 정치권의 부당한 인사 청탁은 거절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쪽 인물을 광고책임자(전무)로 받아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렸다. 이 사실이 처음 불거졌을 때 케이티 쪽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광고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검찰조사에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사과 시점도 의심스럽다. 대통령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유력 후보들은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집권하면 국정농단 세력·인사들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케이티 안팎에선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마다 청산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적폐 인사에서 벗어나려고 뒤늦게 사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황 회장의 연임 자격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케이티가 최근 “1분기 4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5년만이다.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지속하고 있는 질적 영업과 구조적 비용혁신이 뒷받침이 됐다”고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황 회장 보호용이라는 분석이다. 케이티 새노조 관계자는 “황 회장 취임 이후의 영업이익 호전 가운데 상당부분은 잘려나간 임직원들의 ‘피값’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취임 첫 해에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해 8300여명을 내보냈다.

황 회장이 국정농단에 말려들어간 것을 두고 “연임 욕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연임을 욕심내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라 해도 과감히 뿌리칠 수 있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전례를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일부 몰지각한 참모들이 황 회장에게 ‘적폐 청산’ 으름장을 놓으며 “선거 때 고생한 사람 몇명을 보낼테니 밥 좀 먹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사과와 약속이 진심이었는지는 이 때 판가름나지 않을까 싶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1 댓글

  1. 쪽팔린 줄 모르나보다. 떠난 버스 손 흔들기 일뿐… 이제 심판을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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